“의사수 늘리고 필수의료체계도 개선해야...국민 건강 볼모로 또다시 발목 잡지 말아 달라”

2024.02.20 16:06:07 15면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사직서 제출 사태에 인천 병원은 지금...

 

“전립선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대기 순번을 받았는데, 날짜가 2월 말이었습니다. 암세포를 안고 기다릴 수 없어 가장 빨리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겨 1월 초에 수술을 받았는데, 만약 수술대기 순번만 기다리고 있었다면 수술할 수 있었을까요? 다시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의사권익도 중요하지만 의사단체가 국민 건강을 볼모로 잡고 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또한 협상의 카드를 내놓되, 지난 정부나 지지난 정부 때처럼 완전히 굴복하면 안 되고요. 지금도 길어봐야 3분 정도 되는 진료를 받기 위해 한 시간 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천에 사는 오 모(60)씨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는 20일 인천 길병원 암센터에서 자신의 진료순번을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다.

 

길병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공의 196(인턴 47·레지던트 149)명 중 66(인턴 42·레지던트 2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었지만 오 씨가 진료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해당 진료대기실에는 여느 때처럼 환자들로 가득 차 앉을 자리조차 없는 것 말고는 큰 차질 없이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을 우려하는 환자들의 시름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추홀구에서 사는 김 모(69)씨는 “지난해 1월에 위암 수술을 하고 4월에 심장수술을 했는데, 심장수술 같은 경우는 촌각을 다투는 사안으로 수술 시기를 놓치면 죽을 수 있다”며 “가뜩이나 흉부외과와 같은 힘들고 어려운 전공의가 부족한 판국인데, 수술 늦춰질까봐 내가 다 떨린다. 수술 앞 둔 사람 마음 겪어봐서 알기 때문이다. 빨리 타협해서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고 혀를 찼다.

 

아내가 폐암투병을 하고 있어 보호자로 대기하고 있던 경기도 시흥에 사는 김 모(60)씨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원만하게 협의해서 환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정부도 의사들 고생하는 만큼 최소한의 도리를 하고 의사들도 환자들 생각해서 진료인구 비례해서 의사를 충원할 수 있는 방안을 잘 합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장병과 루마치스 염증을 앓고 있는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 모(44)씨는 당초 예약했던 대로 진료가 가능한지 전화로 확인을 하고서야 진료를 받으러 왔다며 “누구 편을 들기보다는 의료정책이나 의대정원 문제 등 개선이 절실하다고 본다”며 “집 근처 소아과는 다 폐업해서 아이가 아프면 몇 정거장씩 찾아가야 하고, 소아정신과가 늘었다고 해도 제대로 된 진료 받으려면 진료대기가 2년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 치과치료를 위해 예약을 잡아놓은 병원에서 보내왔다는 문자내용를 보여줬다.

 

 

거기에는 ‘최근에 소아과 및 소아치과 기피현상으로 인해 소아 전문 의사와 간호인력 부족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고 유감스럽게 저희 소아치과는 부득이하게 소아 일반진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김 씨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충 방안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이슈’다. 심지어 30대 동생이 대기업 다니는데, 거기 직원들까지도 ‘나도 의사나 해볼까’ 한다고 할 정도니 말 다했다”며 “무작정 인원만 늘리기 보다는 소아과 등 필수의료 정책과 맞물려 협의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해당 병원에서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임 모(27)씨는 “오늘 첫날이고, 아직까지는 위급한 응급실 수술 건이 없어 뭐라 말할 수 없다”며 “다만 채혈이나 주사업무 등을 주로 하다가 전공의 선생님들이 보시던 진료를 교수님들이 도맡아 하시기 때문에 체크하고 담당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기는 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이연수 기자 ]

이연수 기자 ysmh01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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