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 건국전쟁과 이승만 평가

2024.03.06 06:00:00 13면

 

기어코 영화 '건국전쟁'이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건국이라니. 우리가 언제 나라가 세웠지? 여하튼 여당 인사들과 공영방송인 KBS에서도 홍보하고 특정 종교 단체는 신도들의 관람을 유도하더니 급기야 청년들은 관람 인증하면 영화비를 돌려준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영화 홍보 방법도 있다니…. 여하튼 제작 측의 의도대로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이렇게 왜곡하여 미화한다고 해서 그의 평가가 달라질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주역이었다, 제주도 4.3과 여순항쟁에도, 6.25 발발 시 서울시민 안전 메시지 방송도, 한강 인도교 폭파에도 책임이 없었고, 전쟁을 이용한 민간인 학살에는 묵묵부답이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저해 행위도 없었으며 심지어 3.15 부정선거에도 개입하지 않았단다. 정말로 이런 왜곡된 인식을 가진 사람과 이를 홍보하는 세력들은 이승만 논쟁에서 자신 있다는 것인가.

 

이승만은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되었지만 얼마 뒤 탄핵당했고 미국에 체류하면서 주야장천 독립청원만을 해댄 그의 독립운동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이승만 논쟁은 할 이야기가 많다. 정부 수립 이전인 해방정국에서는 가장 먼저 분단을 기정사실로 한 정읍발언, 시급했던 친일파 청산은 고사하고 오히려 그들을 우대함으로써 애국과 매국, 정의와 불의에 대한 경계선을 파괴해 버린 인물. 과거 청산의 실패로 위안부, 강제 징용자들을 폄훼해도 단죄되지 않는 이상한 나라를 만든 것도 이승만이었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사에서도 그의 악행은 끝이 없었다. 부산 피난정부 시절에도 권력 연장에 혈안이 되어 부산정치파동을 일으키더니, 자신에만 대통령 연임제를 없애는 개헌안이 한 표 차이로 부결되자 반올림해서 억지로 통과시킨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 등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고, 1956년 대선에서 진보당의 조봉암 후보가 정적으로 떠오르자 간첩으로 몰아 사형에 처하는 사법살인을 저질렀다. 이때 적용된 법이 지금의 국가보안법이다. 일제가 독립군을 잡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이 이름만 국가보안법으로 바뀌어 개인이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다며 누구든 빨갱이로 만들 수 있는 기원이 된 것도 이승만의 업적(?)이다.

 

한국 정치사를 강의하면서 우리의 초대 대통령에게도 공이 있음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이승만 라인을 설정해 독도를 우리 영토로 주장했다는 점과 미국에 간혹 바른 소릴 했다는 정도 빼고는 해 줄 말이 없으니 이것이 비극이다. 이미 헌법 전문에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되어 있다면 역사의 평가는 끝난 것이다. 불의의 주체가 이승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예산 460억을 배정하고, 그를 찬양하는 영화는 흥행하고, 누구는 송현광장에 기념관을 짓겠다고 한다. 이성이 파괴된 사회에서는 우상이 숭배된다.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트 카뮈는 차라리 삶의 부조리를 깨닫는 것이 정치 이데올로기가 창출한 우상에 매달리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카뮈에게 부끄럽고 우리 역사에는 더욱 부끄럽다.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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