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아의 MZ세대 찍어 먹기] 누가 ‘꼰대’인가?

2024.03.11 06:00:00 13면

 

‘꼰대’는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신조어로, 주로 젊은 세대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세대의 사람들을 비꼬거나 비판할 때 쓰인다. 어떤 사람들이 ‘꼰대’로 여겨지며, 그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로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갖고 그것을 고집한다. “옛날에는….”로 시작되는 그들의 말에서 자신이 성장한 시대와 그 시절의 문화를 지나치게 추종하고 있으며, 현재 새로운 문화적, 기술적 변화에 대해 부정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둘째로, 젊은 세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그들의 가치관과 행동을 비판한다. “너희 세대는….”, “요즘 애들은….”와 같은 어구로 말문을 뗀 ‘꼰대’의 대화에는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온 이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으며 “…진정성이 없다.”라는 납작한 표현으로 비난하거나 평가하기에 바쁘다. 셋째로, 진정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질려버린 상대가 자기 말에 불만을 표하거나 자리를 뜨려고 하면 “세대 차이가 너무 크다.”라고 방어기제를 발동하며 원천 봉쇄의 오류를 저지른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세대 탓을 하는 것이다.

 

2019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채널 중 하나인 BBC Two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서 ‘꼰대(KKONDAE)’를 오늘의 단어로 선정했다. 그리고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꼰대는 주름이나 흰머리처럼 나이에 따른 부가적인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나이가 많아도 변화에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르지 않으며, 나이는 어리지만 사고나 행동 양식이 보수적이고 경직된 사람을 일컫는 ‘젊은 꼰대’라는 말도 있다. 어쩌면 ‘젊은 꼰대’가 더 위험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꼰대’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2020년 직장인 9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695명)가 직장에 ‘젊은 꼰대’가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2.1%(복수 응답)가 ‘젊은 꼰대’들의 특징으로 ‘자신은 4050 꼰대와 다르다고 생각한다’를 꼽았다고 한다. 자기 스스로가 ‘꼰대’인 줄 모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꼰대’의 특징적 사고방식과 언행을 스스럼없이 계속한다.

 

그냥 ‘꼰대’이든 ‘젊은 꼰대’이든 왜 문제가 되는가? 말은 하는데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경험과 생각이 다양하기 마련이다. 말하고 들음으로써 나와 다른 경험과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트이고(疏) 통한다(通). 소통하는 것이다. 소통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막힌 물, 고인 물은 필히 썩는다.

 

나의 의견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의견도 그러하다. 노소를 차치하고 이 이치를 잊은 사람을 나는 ‘꼰대’라 부르고 싶다.

이아아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