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계열 보험사들의 상반기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KB손해보험 등 몇몇 보험사들은 호실적을 기록하며 금융지주의 비금융 실적을 든든히 뒷받침하며 순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금융권의 비은행 강화 기조와 맞물려 금융지주사의 보험사 역량 강화 작업 또한 지속될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2조 7815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1분기 신한금융에 빼앗겼던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2조 7470억 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2위를 차지했으며, ▲하나금융(2조 687억 원) ▲우리금융(1조 7550억 원) ▲농협금융(1조 7538억 원)이 뒤를 이었다.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보험 계열사들의 활약이 지목된다.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은 올해 상반기 각각 5720억 원, 2023억 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실적에 힘을 보탰다.
특히 KB손보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그 덕에 KB손보는 상반기 KB금융 내 비금융계열사들 중 가장 높은 기여도(15.4%)를 보였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손해율이 큰 폭으로 개선됐고, 장기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며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증가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KB금융과는 반대로 생명보험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신한라이프가 전년 대비 0.4% 늘어난 3129억 원의 순익을 거두며 신한카드에 이어 비금융계열사 2위에 올랐다. 반면 신한EZ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EZ손해보험은 출범 이후 2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적자 폭은 지난해보다 47억 원 확대됐다.
하나금융 산하 보험사들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나생명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4% 감소했다. 하나손보 또한 15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이며 적자를 이어갔다. 다만 적자 폭은 지난해 상반기(180억 원)보다 24억 원 줄었다.
NH농협금융 계열사들 또한 희비가 엇갈렸다. 농협생명은 상반기 1년 전보다 12.4% 증가한 163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 순익이 124.4% 급증했는데, 보장성 신계약 판매 확대로 인한 보험손익 증가의 영향이다. 다만 농협손보의 경우 자연재해 피해가 커지면서 정책보험 손익이 감소해 상반기 실적(1205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14.7% 줄었다.
이처럼 금융지주 산하의 대형 보험사들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며 그룹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보험사들의 경우 아직까지 결정적인 역할은 못하고 있다. 저출생 및 고령화,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보험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어느 정도 영업기반을 갖춘 대형사만 안정적인 실적을 시현할 수 있었던 것.
이에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보험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하나생명과 하나손보를 대상으로 각각 2000억 원, 1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자금 지원을 통해 계열사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5대 금융 중 유일하게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은 최근 중국다자보험그룹과 MOU를 체결하고 동양·ABL생명 인수를 검토 중이며, 최근 실사를 진행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 26일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올해 증권사 및 보험사 인수를 시작으로 금융그룹 전체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는 만큼 우리은행에게도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보험사 인수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보험사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던 만큼 금융지주사들이 보완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비은행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보험사 역량 강화를 위한 금융지주사의 노력은 더욱 힘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