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는 경기만으로 불리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어장 중 한곳이었다. 오밀조밀한 해안선에 닿은 바다와 갯벌엔 풍부한 물고기와 조개류가 살고 있어 풍어가(豊漁歌)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 1994년, 길이 11.7km의 시화방조제가 들어섰다. 바다를 막으면서 방조제 안쪽은 민물호수가 됐고 방대한 면적의 간척지도 생겼다. 이 간척지는 공업지구, 택지지구로, 농지로 개발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화호 오염이 시작된 것이다. 시화호의 물은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수질은 급속하게 악화됐다. 갯벌은 썩었고 그곳에 살던 생명체들은 모두 죽었다. 종 다양성이 파괴됐다. ‘죽음의 호수’가 되면서 시화호 오염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환경보전과 개발에 따른 지역사회 갈등도 심화됐다.
결국 1997년 3월 시화방조제 배수갑문이 개방됐고 이듬해 2월부터 해수유통이 전면 실시됐다. 수질 개선을 위해 담수호를 포기하고 조력발전소를 만들어 바닷물을 유통시켰다.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건설했고 시화호 상류엔 갈대습지도 조성했다. 자연은 이런 인간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았다. 바닷물이 들어오자 놀랍게도 자연이 회복됐다. 시화호 수질은 바닷물과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개선됐으며 갯벌도 살아났다. ‘죽음의 호수’ 시절 보이지 않던 어패류들도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흰발농게(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와 발콩게(해양보호생물 지정)도 발견된다고 한다.
30년 전 개발의 논리로 강행했던 환경파괴행위는 결국 환경단체와 지역민 등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중단됐다. 그리고 환경 살리기 노력에 의해 시화호는 생명의 축복이 가득한 기적의 호수로 되살아났다. 자연환경이 빠르게 복원되면서 큰고니, 흑꼬리도요, 노랑부리저어새 등 철새들의 낙원이 됐다. 멸종위기 조류 10종을 포함, 78종의 서식이 확인됐다.
“시화호는 이제 대한민국 해양환경사의 살아있는 교과서이자 미래 환경정책과 교육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는 임병택 시흥시장의 말에 동의한다. 그의 말처럼 이 변화엔 자연의 가치를 인지한 이들의 노력이 녹아있다. 그리고 지금의 자연을 지켜내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려내는 기적의 과정을 시흥시와 시화호는 ‘온몸으로 경험’해 냈다. 시화호는 우리나라 환경복원의 상징이다. 시민의 삶을 가꾸는 생명의 터전이자 세계최대 조력발전소를 품고 연간 25만 4천k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해양레저와 첨단산업의 메카로 더 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는 시흥시의 자랑이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에 시흥시는 시화호 30주년을 맞아 사람·자연의 공존을 꿈꾸는 거북섬과 해양 레저를 주제로 한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8월 23일부터 3일 동안 관내 거북섬 일대에서는 물과 함께 즐기는 ‘거북섬 해양 축제’가 열렸다. 지난 5월 거북섬 별빛공원과 거북섬 마리나 경관브릿지에서 디저트페어 형식으로 열린 봄축제 ‘거북섬 달콤축제’에 이은 여름축제다. 참석자들은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유명 가수들의 신나는 공연을 즐기는 가운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무더위를 잊었다. 거북섬 일대에서 요트와 보트를 타고 시화호 곳곳을 누비며 추억도 만들었다. 유명가수 공연과 불꽃놀이로 절정을 이룬 이번 축제는 불볕더위도 잊을 만한 재미를 선사했다.
거북섬 사계절 축제는 겨울까지 이어진다. 지난 10월에는 시화호 30주년을 기념한 ‘그린페스타’가 열렸다. 3만 방문객이 에너지 놀이터, 시화호를 그리는 드로잉 놀이터, 에코 영상제, 시화 그린 콘서트, 환경 거리극, 시화 전시회 등을 즐겼다. 12월 중순에 열리는 ‘거북섬 산타 페스타’는 아름다운 조명과 함께 연말과 새해 소망을 빌어보는 축제다.
거북섬은 세계 최대 인공서핑장과 마리나 시설을 품고 있다. 정부도 한때 수질오염으로 악명이 높았던 시화호를 ‘생명의 호’'로 만들기 위해 연내 시화호 발전전략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0일 시화조력공원에서 열린 ‘시화호 조성 3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이 같은 구상을 발표했다. 또 월곶에서 거북섬까지 이어지는 15㎞ 해안을 따라 세계적인 해양레저 관광 복합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희귀 생명체 서식지들이 포함되어 있다. 개발 전에 이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과 손잡고 만들어낸 기적의 역사가 훼손되지 않도록 사업과 정책 개발에 더욱 신경을 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