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의 보장처(保障處, 전쟁 시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곳)이자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었던 성, 남한산성이 역사적 가치를 보존할 길이 열렸다. 병자호란의 아픔과 항전의 역사를 기록한 전시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자료들이 천년의 역사를 보여준다.
지난 10월 31일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이 개관했다. 경기도가 남한산성의 의미와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건립한 역사문화관이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5월 공기관 대행사업 업무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전시 교육을 비롯한 역사문화관 운영 전반을 맡기로 결정했다. 올해 박물관 등록 절차를 밟아 내년부터는 다른 경기도 박물관·미술관처럼 운영된다.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은 연면적 2963㎡ 규모로 ▲지하 1층에는 보이는 수장고 ▲지상 1층에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다목적홀, 강당, 전통 초화정원 ▲지상 2층에 하늘정원을 마련했다. 유물은 총 854점이 있다.
전시로는 ‘인류의 공동 유산’을 주제로 한 상설전시와 남한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유네스코 등재 기준의 증거를 보여주는 기획전이 진행된다.
상설전시에서는 남한산성의 탁월함과 우수성을 소개한다. 통일신라 문무왕 때 쌓은 주장성(672)에서 시작해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남한산성의 역사를 소개하고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비춘다. 신라 주장성이란 증거가 된, 2007년 남한산성 행궁지 발굴조사(LH토지주택박물관) 당시 출토되었던 초대형 기와와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축성술 영상을 전시한다.
인조 4년(1626)에 남한산성이 대대적으로 구축된다. 1624년 축성에 참여한 벽암대사의 진영 ‘국일도대선사벽암존자진영’(대한불교조계종 해인사 국일암 성보박물관 소장)이 전시돼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다. 당시 남한산성 축조엔 산성 내 10개 사찰에 기거한 스님들이 참여했고, 지금까지 그 관리에 힘쓰고 있어 원형을 보전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남한산성에서 만들어져 한양 도성으로 배달됐던 민속음식 ‘효종갱’과 전통주 ‘남산산성 소주’가 인터랙티브 체험으로 전시되고 헨드릭 하멜이 조선에서 표류할 당시 제작한 ‘하멜표류기(성남역사박물관 소장)’와 남한산성 관련 서적과 자료들이 전시된다.
또 근대에 들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남한산성의 역사 또한 살펴볼 수 있다. 195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남한산성에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았고, 당시 이를 홍보하기 위해 경기도가 발간했던 영문 안내서 원본 등이 전시된다. 도심 속 휴식공간이자 수학여행지 또 영화 촬영지나 야유회 장소로 자리한 남한산성의 역사를 볼 수 있다.
기획전시 ‘병자호란의 기억’은 남한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유네스코 등재 기준 2번인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부 홍타이지의 조선 침략과 2부 남한산성과 병자호란이 기록된다.
1636년 병자호란 발발당시 국제 정세와 청나라의 침략 상황, 남한산성에서 이어진 47일간의 항전, 주화파와 척화파의 대립, 군사제도와 삼수병 체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최명길의 지천선생집, 김상헌의 청음선생문집, 석지형의 남한해위록 등이 전시되며 조총, 삼안총, 별승자총통, 조선 관제 창, 훈련도감 제조 환도, 활과 화살 등 실제 사용 무기들이 전시된다.
지하 1층에 마련된 ‘보이는 수장고’에는 ‘산성의 시작’이라는 주제의 전시가 진행된다. 유리로 된 수장고 너머엔 유물들이 전시돼 있고, 2분 가량의 영상으로 유네스코 등재 기준 4번인 ‘건축, 기술의 총체’를 보여준다. 특히 2007년 남한산성 행궁에서 발굴된 신라시대 초대형 기와 유물(LH토지주택박물관 소장)로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남한산성을 살펴볼 수 있다.
교육프로그램으로는 남한산성 인근에 자리 잡은 예술단체 ‘연희공방 음마갱깽’의 ‘인형과 함께, 남한산성 즐기러 출동!’이 진행된다. 인형극 관람은 9일 오후 2시에 진행되고 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은 지지씨 멤버스를 통해 사전 신청 후 참여할 수 있다.
남한산성역사문화관 관계자는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경기문화재단이 주도적으로 참여를 했고, 또 다시 남한산성역사문화관 위탁을 단행하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며 “기대와 관심, 우려 속에 부족한 부분을 앞으로 잘 채워나갈 것을 약속드리고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