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8분. 초현실적 상황이 발생했다. 45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모든 국민이 경악했고, 세계가 놀랐다. 공포된지 150분 만에 국회가 재석의원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를 결의하고, 6시간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일단락 되었지만, 아찔했던 6시간 동안 대한민국이 받은 상처와 전 국민을 짓눌렀던 공포는 국가적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12월 3일 밤 대국민담화에서 민주당의 검사, 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을 지적하며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의 예산 단독처리를 거론하며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그 자체가 명백히 위헌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우선 비상계엄의 실질적 요건이 부재하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법 제2조도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계엄의 명분으로 제시한 민주당의 탄핵, 예산 단독처리는 헌법적·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야당의 국회 활동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해석할 여지는 전혀 없다. 대통령의 담화문 어디에도 계엄을 선포할 헌법적 법률적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선포 즉시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는 헌법 규정도 지키지 않았고, 참모들의 설득으로 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를 개최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심의도 하지 않았고, 반대 의견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군의 국회 난입은 내란행위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4일 새벽 계엄군은 국회에 난입했다. 전투헬기와 장갑차도 등장했다. ‘참수부대’로 알려진 특전사 부대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막기 위해 유리창을 깨며 국회 본청에 난입했다. 또 계엄군은 ‘체포대’를 꾸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을 체포하려 했다. 우리 헌법과 형법은 이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12 군사반란 사건 재판에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 회의 소집을 막으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므로 그 자체가 내란 범죄”라며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한 바 있다. 기능을 마비시켜 국회 의결을 막으려고 시도한 것은 심각한 헌정 질서 파괴 행위라는 판례가 이미 20여 년 전에 확립된 것이다.
군 서열을 무시하고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윤국참모총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를 발표했다. 첫 번째 포고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였다. 명백한 위헌이자 위법적 내용이다.
설사 요건이 갖추어져 비상계엄이 선포된다고 해도 헌법기관인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 헌법 77조 5항은 국회에 계엄해제권을 부여하고 있고, 계엄법 13조는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비상계엄 하에서도 헌정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의 권능을 헌법과 법률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는 위헌이자 위법이다.
이번 윤대통령의 비상계엄 소동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신인도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주요 외신은 연일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고,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에 이룬 대한민국에 대한 평가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대통령발 국가 위기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현명하게 극복하느냐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하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전에 스스로 물러나 국가적 위기를 바로잡고 헌정질서를 바로세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탈출구로 보인다. 씻기 힘든 과오를 저질렀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대통령 아닌가. 국민들은 늦었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윤 대통령의 용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