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산하 은행들이 1분기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빠르게 인하하며 불어난 이자이익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다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부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어 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총 3조 7805억 원으로 전년(2조 9510억 원) 대비 28.11% 증가했다.
대부분의 은행이 1년 전보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21.5% 늘어난 1조 1281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뱅크를 차지했다. 2위인 KB국민은행(1조 264억 원)은 지난해 1분기 발생했던 홍콩ELS 관련 대규모 충당금이 사라진 덕에 1년 새 실적이 163.5%나 늘었다.
하나은행 역시 전년 대비 17.8% 성장한 9929억 원의 실적을 시현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633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9.8%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 전체 순이익(6156억 원)을 뛰어넘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기준금리가 하락세로 접어든 가운데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빠르게 내리면서도 대출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아 예대금리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2월 이후 약 두 달간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0.1%p 내렸지만 예금금리는 0.3~0.35%p 내렸다.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세 배 이상 빠르게 하락한 셈이다.
다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돈을 빌려간 가계와 기업들의 채무 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있어 은행의 건전성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평균 0.41%로 지난해 말(0.34%)보다 0.07%p 올랐다. 4대 은행의 연체 기간 3개월 이상 부실채권(NPL) 역시 1분기 말 12조 6150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새 27.7% 늘어난 역대 최대치로 올해 1분기에만 1조 7440억 원 늘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올해 1분기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가계와 기업의 상환 여력이 약화되면서 부실 위험이 늘어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