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金-韓 단일화, 감동 없는 막장정치로 가고 있다

2025.05.09 06:00:00 13면

당권 둘러싼 친윤세력의 ‘친위쿠데타’, 국민이 무섭지 않나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의 ‘무임승차설’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개입설까지 논란을 넘어 수습불가의 혼란에 빠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경선 흥행을 위해 여러 단계의 후보 압축 방식으로 경선을 치렀다. 11명이 후보로 등록했고 ‘서류 심사-1차 컷오프-2차 경선-최종 3차 결선’을 통해 김문수 후보가 확정됐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김문수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치밀해 보였던 경선흥행 카드는 특정인을 위한 ‘쑈’에 불과했다는 당 안팎의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경선주자들부터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4강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윤석열이 나라를 망치고 이제 당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강에 든 후보들은 경선비용으로 최소한 2억씩 냈다”며 “변상한 뒤 후보를 교체하든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시 경선 4강에 들었던 나경원 의원도 “우리가 뽑은 대선후보를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축출하는 모습이 돼서는 안 된다”며 “공당다운 모습이 아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나 의원은 발언 도중 눈물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의원은 “차라리 처음부터 가위바위보로 우리 당 후보를 정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며 “이미 한덕수 후보가 ‘점지’된 후보였다면 우리 당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은 무엇이었나? 들러리였던 것인가”라고 친윤 당지도부를 저격했다. 

 

최종 결선까지 올랐던 한동훈 전 대표는 5일 밤 자신의 유튜브 채널 생방송에서 “지금 대선 후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다”며 “저는 오히려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것처럼 얘기하는 게 더 놀랍다”고 당 상황을 꼬집었다. 유력 주자였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런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의미없다고 판단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는 7일 오후 6시 서울 모처에서 회동했다. 그러나 서로간의 ‘동상이몽(同床異夢)’만 확인하면서 논란만 키운 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한시가 급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참사 수준이다. 당 지도부의 성급한 개입으로 회동 직전부터 참사는 예고됐다는게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회동에 앞서 ‘대선후보 교체’ 가능성을 둘러싼 실랑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 후보의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가 두 후보의 단일화 회동이 결렬될 것을 전제로 단일화 절차에 착수했다’고 주장하면서다. 회동 직후 김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의미 있는 그런 진척이 없었다”며 “(한 후보) 본인은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전혀 후보 등록할 생각도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며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여러 논란과 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당 지도부는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7일 심야 브리핑을 통해 “8일 오후 6시에 TV토론이 열리며, 토론회 직후 여론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는 대선 경선 때처럼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역선택 방지조항을 적용한 국민 여론조사를 절반씩 합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의 무리한 강제 단일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강성 친윤으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 조차 “절차적 정당성, 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한다"며 "만약 이런 식으로 강제하게 되면 이 당은 더욱더 법적 공방으로,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기현, 주호영, 나경원 의원 등도 당 지도부의 밀어붙이기식 단일화 로드맵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해졌다.

김 후보 캠프 소속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당 지도부가 소집한 전국위원회(8~9일), 전당대회(10~11일) 개최를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 자당의 후보 결정을 결국 법원에 맡기면서 국민의힘은 예측불가한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선 이후까지 염두에 둔 당권싸움이라지만 국민은 왜, 언제까지 이런 막장정치를 보고 있어야만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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