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5일 경기도체육대회 개막식이 열렸던 자라섬에서 나를 포함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원회' 임원들이 특별자치도 설립 청원 서명 운동을 했다. 약 2시간 30분에 걸친 서명은 매우 성황리에 진행돼 685명이 서명을 했다. 1분에 4~5명에 가까운 분들이 서명한 꼴이다.
각종 규제로 일상 활동에 제약을 많이 받았던 가평군민들은 군민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서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면 대부분 바로 서명을 해주셨다.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해도 또박또박 글을 써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콧등도 시큰해지고 해서 손도 잡아드리고, ‘손자, 손녀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신 것’이라고 말씀드리며 기운도 북돋워드렸다. 범도민추진위는 경기 북부 10개 시군 도민 약 365만 명의 10%인 36만 5000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명에 참여한 가평군민들의 열정적이고 애틋한 모습을 보며 나는 이번 대선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립을, 가장 유력한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의 공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작년 3월 23일 총선 지원 유세를 하면서 경기신문의 관련 질문에 “제가 가진 원칙은 명확하다. 너무 큰 경우에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상태로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즉시 시행하면 (경기 북부는) 강원 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기적으로 분도에 대한 재정적인, 또는 산업 경제적 기반을 충실히 갖춘 후에 하는 것이 맞겠다는 게 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 당시 국민의힘 총선 후보들은 “애매모호하게 '장기적으로'란 말을 얹어 경기 북부 주민을 희망 고문하는 것”이라고 규탄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구상과 관련해 적절한 시점에 당의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분도에 반대한다고 표한 바 없고 당론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보도됐다. 이제 당론을 정하기 바란다. “기반을 충실히 갖춘 후”라는 이재명 후보의 이전 발언은 매우 모호하다. 주권자가 할 판단을 누가 대신한다는 것은 국민주권의 원리에도 맞지 않다. 현재 범도민추진위에는 수십 년 동안 지역에서 풀뿌리 자치운동을 했던 분들이 특별한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 관변단체로서 행정의 들러리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김동연 도지사가 잠재적 대권 후보였던 작년 총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재명 당시 당 대표는 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 그리고 대선 후보로 선정된 뒤 수락 연설에서 “김동연의 비전이 이재명의 비전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동연 도지사는 경기도정 복귀 첫날 기자들에게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새 정부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김동연의 비전’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재명의 비전’이다. 다음 정부를 “국민주권정부”로 선언한 이재명 후보가 경기 북부 국민들의 주권을 실현하는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