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천시 화장장 후보지 논란, 이젠 끝내야

2025.05.26 06:00:00 12면

 

 

만만찮게 비가 내리던 날 이천시 화장장 후보지 '단천리'를 다녀왔다. 미리 포털사이트 지도를 이용해 주변 여건을 샅샅이 살펴보았고, 행정안전부와 이천시 홈페이지에 수록된 현황과 여건 등도 어느 정도 파악한 다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4차선 도로 쪽으로 적절한 차폐시설만 설치한다면, 나무랄 것이 없는 화장장 건립 후보지라고 보았다.

 

이런 후보지를 제안한 지역민의 혜안과 이를 확정한 이천시장의 빠른 결단은 높이 치하를 받아 마땅하다. 지난 긴 세월 동안의 논란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평가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지 조사에 나서기 전부터 궁금증 하나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안팎 여건과 환경이 괜찮은 화장장 건립 후보지가 왜 이제야 나타났을까 하는 점이다.

 

시 당국에서 알고 있던 후보지였다면 업무를 잘못해 온 것이고,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하다고 지적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어느 날 불쑥 좋은 후보지가 나타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천시 화장장 건립 움직임을 처음 접한 것은 2007년 전후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필자는 공직에서 나와 ‘화장 운동’ 시민단체에 막 몸을 담은 때였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이천시 화장장 건립 후보지 논란이 있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굳이 그 지명들을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불과 얼마 전까지 다른 후보지를 놓고 찬반 격론이 있었음은 보도를 통해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이 정도로 좋은 입지가 어떻게 … ? 이런 결과는 화장장 후보지를 주민 신청에만 맡겨온 대다수 시군이 겪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여러 지자체 장사시설 후보지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또 국립호국원 건립 적지를 찾기 위해 대전 충청권을 전수 조사한 적도 있다. 1차, 지도를 통해 시설 가능지를 먼저 개략 추출한 다음, 2차, 정밀한 조사를 통해 법적 제한 등을 따져 후보지를 압축하고, 3차 현지 실사와 평가, 그리고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이천시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필자는 화장장 후보지 선정 시에 주민 신청 접수와 직권 조사를 병행하는 게 좋다고 주장해 왔다.

 

어떻든 이천시는 최적의 화장장 건립 후보지를 갖게 되었다. 이제 현지 지역 주민분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만 남았다. 필자는 지난 30년 넘게 세계 30여 나라의 많은 화장장을 둘러보았다. 그 여정에서 화장장이 주변에 입지하는 것을 찬성한 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화장장이 나와 내 가족이 이용해야 할 공익시설임을 이해하고, 불편・불만을 참고 희생해 준 선진 시민의식이 뒷받침된 결과물들이었다. 지역 주민의 특별한 희생이 그 바탕에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호화 첨단 무공해 시설이래도 자기 주변에 죽음 주검을 다루는 시설은 없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지역 주민의 대승적이고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 보상 원칙은 “법과 재정이 허락하는 한 무제한”이 맞다. 머리를 맞대고 진솔한 대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일들을 세세히 찾아야 한다. 일본 나고야 제2화장장 건립은 15년간의 대화의 결실이었다. 그들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걱정까지 청취했다. 2024년 경북 포항시장은 “반대한 쪽 주민들이 후회할 정도의 특별 지원”을 확약하고, 찬성한 지역을 화장장 건립 후보지를 확정했다. 눈여겨 볼 사례들은 참 많다.

 

2023년도 보건복지부 화장 통계에 의하면, 이천시 사망자의 경기도 내 화장장 이용은 채 40%에 못 미친다. 원주 44.9%부터 청주, 충주, 문경, 강릉, 동해, 속초 등까지 원정 화장에 나섰다. 2024~5 겨울, 화장 대란에는 더 심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천시 당국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한다. 지금까지의 발전 기금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야 본격 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주민들도 소모적인 반대 운동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진정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뜻을 모아 나가기를 희망한다. 더 이상 후보지 찬반 논쟁은 이천 시민 화장 불편만 늘 뿐이다.

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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