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2025.06.09 06:00:00 13면

 

윤석열 정부가 불명예 퇴진하고 새 정부가 탄생하였다. 대통령실은 퇴근도 마다하고 매진하는 모습이다. 지난 정부와 대조적이어 흡족한 미소를 짓는 국민이 많다. 그러나 절대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현재 한국 정치는 녹록지 않다. 망가진 국가 시스템을 재건해야 하고 경제도 살려야 한다. 골이 깊은 국민들의 정치적 갈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새 대통령의 갈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이런 내 걱정에 혹자는 “누가해도 윤석열 보다 나을 텐데 뭔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야 그렇지만!”이라고 맞장구를 치지만 맘은 여전히 놓이지 않는다.

 

국정 운영은 결코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간 뿌리 내려온 한국 정치 문화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정치 혁신은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 혁신의 첫 단추는 아마 적절한 인사배치일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누가 이 말을 만들었는지 정말 명언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정부들과 큰 차별화를 꾀한다면 인사를 파격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지난 정부들, 특히 윤석열 정부처럼 ‘끼리끼리’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서울대 출신으로 도배를 한다든지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성공은 이미 물 건너가는 셈이다. 아직 전격적인 내각이 꾸려지지 않아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현재까지 임명되거나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서울대 출신이 많다. 국민의 몇 %가 서울대 출신인가? 새 정부만큼은 대의제의 진의를 잘 이해하고 유권자의 삶을 제대로 파악하는 현장의 사람들을 고루 기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여성을 전면 등판시키길 소망한다. 세간에 돌아다니는 정보에 의하면 ‘이재명의 사람들’은 남자일색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찍어준 유권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남성이 요직을 전부 차지하던 기존 정부와는 이제 결별하기 바란다.

 

스테레오 타입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간 국방부 장관은 군 출신의 남자를 기용해 왔다. ‘12.3 내란’에서 드러났듯이 군인출신 남성 국방부 장관이 어떤 일을 자행했던가. 이런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민간인으로, 그리고 여성을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하길 제안한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20년의 정치사에서 여성을 세 번이나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였다. 이 사례는 결코 이색적이지 않다. 유럽은 여성이 국방부 장관직을 맡는 경우가 많다. 현재 6명의 여성이 이 직책을 맡고 있다.

 

독일에서는 2013년 12월부터, 네덜란드에서는 2012년 11월부터 여성이 국방장관직을 맡았다. 이탈리아에서는 2014년 2월에, 스페인에서는 2016년 11월에 여성이 국방을 담당하였다. 이 4인방에 EU의 외교 및 안보 수장으로 이탈리아인 여성이 추가되었다. 그밖에 노르웨이에서는 2013년 10월, 보스니아에서는 2015년에 여성이 국방부 장관이 되었다.

 

1990년 핀란드에서 여성이 처음으로 국방부 수장에 취임한 이래 18명의 유럽 여성이 국방부 장관직을 맡아 왔다. 영국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그 동안 5명의 여성이 국방부 장관을 역임함으로써 유럽 국가 중 선두를 달린다.

 

이 현상은 유럽에서 멈추지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니카라과 역시 여성을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하였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바로 이웃나라 일본도 2016년 8월 여성을 방위상에 임명하지 않았던가. 결론적으로, 새 대통령은 실제 국민의 삶과 부합한 통치를 위해, 그리고 성별 다양성과 남녀 간의 직업적 평등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전통적 인사 관행을 깨고 새 역사의 장을 열길 바라마지 않는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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