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가상자산 시장의 육성 의지를 드러내자 업계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엿보는 분위기다. 특히 위메이드, 넷마블, 컴투스홀딩스 등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를 운영해온 게임사들이 정책 수혜를 입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대표 공약으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조건부 국내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등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 원화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디지털자산이다. 가치가 수시로 변하는 일반적인 암호화폐와는 달리 가격 변동폭이 제한적이고 안정적이다. 대표적으로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이 있다. 해당 가상자산들은 1달러 가치에 연동돼 가격이 정해진다.
이 대통령의 정책 의지는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6일 발표된 2차 인선에서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선임됐다. 김 실장은 블록체인 전문가로도 평가받으며, 지난 3월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를 통해 관련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새정부가 가상자산 친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블록체인 게임사들이 사업 추진에 힘을 얻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이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위믹스(위메이드), 마브렉스(넷마블), 엑스플라(컴투스홀딩스), 크로쓰(넥써쓰), 네오핀(네오플라이) 등 이미 자체 메인넷을 구축하고 생태계를 확장해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넥슨도 가상자산 ‘NXPC’를 발행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크립토윈터(가상자산 시장의 불황)로 위축됐던 시장이, 정책의 변화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친(親)가상자산 기조는 중단됐던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정책이 구체화될수록 메인넷을 갖춘 기업들의 추진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이 규제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성장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할지, 아니면 규제 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회귀할지에 따라 향후 시장의 방향성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