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고배구, 왜 지금껏 숫자로 말하지 못했나

2025.06.18 18:11:30 11면

기록 없는 중고배구…선수 평가도 진학도 '팀 성적' 의존
기록원 예산조차 책정 안 돼…배구협회, "현실적 어려움"
익산보석배서 첫 본격 기록…KUSF 예산으로 시범 운영

 

 [편집자 주]

대한민국 배구가 위기를 맞고 있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김연경을 필두로 한 대한민국 여자배구가 4위에 오른 이후 한국 배구는 남녀를 막론하고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황금세대로 일컬어지는 월드스타 김연경을 비롯한, 김수지, 양효진 등이 국가대표를 은퇴하면서 한국 배구의 추락은 가속화 되고 있다. 경기신문은 한국배구 추락의 배경에는 어린 선수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인 기록지가 존재하지 않는 현장의 문제를 제기하며 기록지 도입을 통해 양질의 선수들을 육성함으로써 한국배구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재도약하길 기대한다.

 

▶글 싣는 순서
 

①중·고배구, 왜 지금껏 숫자로 말하지 못했나

②공식 기록 도입한 중·고배구, 데이터 축적 본격화

 

현재 한국중고배구연맹 홈페이지에선 선수들의 대회 개인 기록을 찾아 볼 수 없다. 

 

현재 중·고배구에선 공격 성공률, 리시브 효율, 범실 수 등 경기력을 수치화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 보니 선수 개인의 활약은 통계로 남지 않았다. 이에 지도자의 코칭, 선수 평가, 진학 과정 모두 '감각과 팀 성적'에 의존해왔다.

 

기록이 없다는 건 곧 데이터를 통한 분석도 개선도 어렵다는 뜻이다. 경기에서 무엇을 잘했고 부족했는지를 증명할 근거가 없다. 순간적인 활약만이 평가 기준이 되고 꾸준한 성장이나 포지션별 역량은 제대로 조명받기 어렵다. 

 

타 종목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분명해진다. 중·고농구는 공식 기록지를 운영해왔으며, 이를 통해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스틸 등 선수별 주요 지표를 수치로 남겨왔다. 최근에는 성공률, 실책, 공격·수비리바운드 등 세분화된 항목까지 기록 범위를 확장했다.

 

반면 배구는 중고등부 대회에서 개인 단위의 기본적인 기록조차 작성되지 않았다. 공격 시도와 성공 여부, 범실 같은 최소한의 데이터도 공식적으로 남지 않는다.

 

지도자와 학부모들은 이 같은 공백을 오래전부터 체감해왔다. 

 

A고등학교 배구부 감독은 "배구는 점수 기록 외에는 공식적으로 남는 데이터가 없다"며 "선수 기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기준이 없다 보니 지도자도 선수도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B고등학교 배구부 학부모 역시 "대학 경기나 프로배구처럼 경기 내용을 수치로 확인할 수 없으니 학생과 학부모 모두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구조는 '기록이 왜 없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한중고배구연맹은 "기록원 인건비는 심판보다 더 많이 투입되는데 관련 예산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고, 대한배구협회 역시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예산도 없는 상황이라, 전 경기 기록원 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록 부재는 단순한 통계의 공백이 아니다. 선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대학 진학과 선발 과정에서도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 결국 영상이나 평판에 기대야 하는 구조가 고착되었다. 

 

김정아 전략분석관은 "기록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 발전에 분명한 동기부여 요소가 된다"며 "학생 선수들은 마음가짐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지는 만큼, 수치화된 지표가 오히려 자기 객관화나 성장을 자극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고등부부터는 자신의 실력을 수치로 확인하고 나아가 데이터로 성장 흐름을 분석한다면 지도자와 선수 모두에게 훈련 방향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가운데 최근 중·고배구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가 체육 특기자 입시 전형에 정량적 평가 요소를 도입하면서 중고배구연맹은 KUSF에 예산을 받아 일부 대회에서 공식 기록지 운영을 시범 도입했다. 춘계대회와 인제대회에서는 시범 운영 형태로 기록원이 파견됐고 익산보석배 대회부터는 본격적인 기록 수집이 시작됐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류초원 기자 chow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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