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식 기록 도입한 중·고배구, 데이터 축적 본격화

2025.06.19 17:24:14 11면

KUSF 예산 확보 후 첫 공식 기록 운영 시작
비디오 판독·AI 기술까지…디지털화 시도 본격화
올해는 남고부, 내년은 여고부, 기록지 확대 예고

 

[편집자 주]

대한민국 배구가 위기를 맞고 있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김연경을 필두로 한 대한민국 여자배구가 4위에 오른 이후 한국 배구는 남녀를 막론하고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황금세대로 일컬어지는 월드스타 김연경을 비롯한, 김수지, 양효진 등이 국가대표를 은퇴하면서 한국 배구의 추락은 가속화 되고 있다. 경기신문은 한국배구 추락의 배경에는 어린 선수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인 기록지가 존재하지 않는 현장의 문제를 제기하며 기록지 도입을 통해 양질의 선수들을 육성함으로써 한국배구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재도약하길 기대한다.

 

▶글 싣는 순서


①중·고배구, 왜 지금껏 숫자로 말하지 못했나

②공식 기록 도입한 중·고배구, 데이터 축적 본격화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2025 익산보석배 전국 중·고 배구대회 남고부 경기에 처음으로 공식 기록원이 배치됐다. 

 

이에 감에 의존하던 선수 평가 방식은 이 대회를 기점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맞았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의 지원 아래 기록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중·고 배구에도 수치 기반의 분석 문화가 도입돼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게 됐다.


◇ 기록지 도입, 왜 이제야?

 

기록지 도입은 예산 문제로 한국중고배구연맹(이하 연맹)이 단독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연맹 관계자는 "기록원 운영 비용이 심판비보다 많이 든다"며 "예산 없이 자체적으로 도입하기엔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가 나섰다. 체육특기자 입시에 객관적 평가 지표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를 수년간 진행해 온 KUSF는 배구를 선행 사업으로 선정해 작년부터 연맹과 협의를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일부 경기에 기록원을 배치해 기록지 작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KUSF는 확보한 예산을 연맹에 지원하고 연맹은 이를 기록원 인건비 및 운영비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 기록원이 들어오자 달라진 현장

 

이번 대회에는 총 7명의 기록원이 배치됐다. 이 중 실제 기록을 담당한 인원은 3명이며 나머지 4명은 기록지 작성에 대해 배우는 교육생이다.

 

기록원은 대부분 프로배구 현장에서 일해온 인력으로 기록지 작성법을 배우던 이들이다. 기록원들은 수기로 기록지를 작성하고 이를 전산화해 연맹에 제출한다. 기록 항목은 공격 시도 수, 성공률, 범실 수 등이 포함됐으며 배구 종목의 특성에 맞게 항목이 정리됐다.

 

 

◇ 입시에 도움 될까? 현장 반응은 긍정적

 

A고등학교 학부모는 "공식적인 기록이 있으면 이 선수가 왜 해당 대학에 진학했는지를 증명할 수 있게 된다"며 "그동안 이러한 체계가 없어 아쉬웠는데 기록원이 도입된 만큼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B고등학교 감독은 "기록지가 도입 되면 경기 종료 후 선수의 공격 횟수, 성공률, 범실 등이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상대 팀 데이터도 함께 제공돼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C고등학교 감독은 "팀과 선수별로 기록을 만들어두고 이를 가산점 제도화할 수 있다면 학생들이 마지막까지 공 하나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대학이 실제로 이 기록을 활용해 선발에 반영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라고 밝혔다. 

 

◇ 기술 도입, 그리고 남은 과제

 

연맹은 기록지 도입 이외에 기술 도입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남고부와 여고부 일부 경기에 한 해 비디오 판독이 시범적으로 운영됐다. 판독 시스템은 연맹의 자체 예산으로 마련됐으며 모든 경기에 확대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연맹은 AI 기술을 활용한 기록 자동화도 실험 중이다. 유럽 업체에 경기 영상을 보내 AI가 산출한 기록과 수작업 데이터를 비교하고 있으며 정확도 확인을 거쳐 향후 중학교 대회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작성된 기록 데이터는 KUSF에 전달돼 대학과 선수 본인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연맹 홈페이지에는 게재되지 않았다.

 

이에 연맹 관계자는 "예산 교부가 완료되지 않아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기록 공개를 위한 홈페이지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또 입시 활용 자료인 만큼 공개 수준에 대해서는 대학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내년엔 더 넓게" 연맹의 계획

 

올해는 예산상 제약으로 남고부 일부 경기에서만 기록지를 운영했지만 연맹은 내년부터 여고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연맹 관계자는 "객관적인 지표는 남녀 모두에게 필요하다"며 "중학교 등 하위 연령대에도 AI 기록 도입을 검토하는 등 전체적인 기록지 도입 확대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류초원 기자 chowon@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