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노트북] 용인 예찬

2025.07.01 06:00:00 13면


나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 지역에 살고 있다. 내가 이곳에서 산지도 벌써 20년이 넘어선다. 그러고 보니 지나온 삶의 약 1/3을 보낸 셈이다. 용인은 도시와 농촌이 병존하는 도농복합공간으로, 주거 인구수가 100만 명에 달해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과 비슷하다. 용인시의 한 행정구역인 수지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주거지역으로, 직장생활을 마친 노년층이 다수 살고 있다. 나 역시 그중의 한사람이다.


용인 사람들은 서울시민의 기준에서는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감수해야만 하는 다소의 불편함과 애로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경조사 참석과 지인들과의 만남을 위해 서울 나들이를 할 때 겪게 되는 교통난이다. 즉 교통체증으로 답답함을 느끼거나 대중교통 환승에 따른 불편함과 시간 소비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서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산증식이 되지 않는 것도 이따금 나타나는 가슴앓이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살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이런 불편함과 고충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선 숲이 많아 공기가 상대적이지만 맑고 깨끗한 편이다. 여기서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사시사철 창문을 열어놓고 살 수 있다. 한여름에도 창문만 열어놓으면 그나마 청량한 바람을 느낄 수 있어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야만 지낼 수 있는 서울에 비해 행복지수가 높은 셈이다. 또 주차공간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에서는 주차를 이중 삼중으로 해야만 한다. 그래서 차를 넣고 빼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차 실력이 좋지 않으면 접촉사고를 내기 십상이다. 그러나 수지에서는 한집에 차를 두 세대 가지고 있어도 주차공간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다음으로 여유 시간 활용과 나들이하기에 좋다. 우선 용인에는 한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놀이공원 에버랜드와 한국 민속촌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철철이 다양한 꽃들로 수놓아지는 에버랜드는 차편으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기에 연간 회원권을 마련해 마치 우리집 정원이나 되는 마냥 수시로 이곳을 찾는다. 여름이면 재즈풍 생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생맥주를 들이키며 여유를 즐기는 공간이 된다. 주말 밤하늘을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이는 폭죽놀이 이벤트는 막힌 가슴을 펑 뚫어주기도 한다. 여기에 양수리부터 청평에 이르는 북한 강변 길은 최상의 드라이브코스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짙은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와 철철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로 수놓아진 강변도로의 풍광, 빼곡히 들어서 있는 앙증맞은 카페들은 나를 거의 매주 이곳에 들르게 만든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수지를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다운 이웃들 때문이다. 20여 년을 살아오는 동안 이런저런 인연으로 많은 이들을 만났다. 이들과는 수시로 만나서 맛난 음식을 같이 먹거나 한 잔의 술을 기울이며 세상사와 시간을 나눈다. 또 그들은 내가 갑자기 병이 나 몸을 가누지 못할 일이라도 생기면 병원으로 데리고 가주거나 보호자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간혹 타지에 장기간 여행으로 집을 비울 일이 생기면 우편함에 쌓인 우편물 수거는 물론 반려식물 물주기 등 생활관리 서비스도 기꺼이 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가족과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이 있기에 한사코 자기네 집 근처로 이사와 달라는 서울시민 자식들의 간절한 애원도 단호히 뿌리쳤다. 이에 수지에 살면서 수지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나는 이제 어쩔 수 없는 용인 수지 촌사람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리라. 어차피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만은 없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 아니던가. 

이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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