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약 22조 7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상대방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신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28일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계약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글로벌 대형기업과 약 22조 7648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12월 31일까지다.
이번 계약은 최근 가동률 저하와 고객사 이탈 등으로 주춤했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번 대형 수주는 삼성전자의 최신 2나노 공정 전환이 정상 궤도에 올라섰음을 시사한다”며 “연간 파운드리 매출을 1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다른 팹리스(fabless) 고객사들과도 추가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수주 물량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서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테일러 공장은 4나노 공정 기반 AI 칩 생산을 목표로 지난해 말 가동을 예고했지만, 고객사 확보 지연으로 공정 가동이 늦춰진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테일러 공장은 내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초미세 공정을 통해 테슬라 전기차용 칩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대형 계약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절대강자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도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67.6%의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7.7%에 그치며 전분기(8.1%) 대비 소폭 하락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