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지산)의 공실률과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지산의 ‘주거 전환(컨버전)’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빠른 공급 수단으로 기대감을 보이는 한편, 법·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이달 중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최근 취임사에서 “도심 유휴부지 활용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핵심”이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비주거용 건축물의 주거 전환을 ‘속도전’ 해법으로 주목하고 있다.
경기도 내 지산은 5월 기준 총 595개소, 약 16만2500호 규모다. 이 중 14%인 2만 4000호 이상이 비어 있다. 특히 이천시(공실률 70%), 양주시(68%), 오산시(39%) 등 일부 지역은 사실상 ‘유령센터’ 수준이다.
거래 부진도 심각하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지산센터 거래량은 552건으로 전 분기보다 43.2% 줄었다. 거래금액은 44.8% 감소해 최근 5년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매로 나온 지산 물건은 6월 기준 347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주근접성이 뛰어나고 청년·1인 가구 수요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지산의 주거 전환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지산은 직주근접이 가능해 청년층의 수요가 충분하다”며 “다만 현행법상 주택은 전체 연면적의 30%까지만 허용돼, 공실률이 높은 센터에 한해 비율 상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도 “지산은 구조상 개조가 쉬운 편이어서 청년 임대주택으로 적합하다”며 “두 달 정도 리모델링만 거치면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어 제도만 정비된다면 매우 효과적인 공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산은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며 제조업, 정보통신업체 등과 편의시설이 함께 입주해 복합 시너지를 노리는 구조였다. 주로 도심 또는 인근 지역에 자리잡아 접근성이 좋은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실사용자보다 투자 수요가 많았던 시장 구조가 흔들리면서 매물 적체와 공실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산 주거 전환이 공급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주민 수용성 확보, 주거환경 기준 충족, 법제도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이달 발표할 공급 대책에 지산 등 비주거용 건물의 주거 전환 방안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