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이 청소노동자 막 대해도 되나?

2025.08.21 06:00:00 11면

도내 대학 청소노동자들 근무 환경 열악...처우 개선해야

경기도와 수원시 등 관공서들이 아파트 경비원, 각종 시설의 미화원 등을 위한 휴게시설 개선사업, 인권보호·권리구제 사업을 실시해 칭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식의 전당으로써 학문뿐 아니라 사회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인 대학의 사정은 다르다. 경기신문은 기획기사를 통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실태를 보도했다.(관련기사 18일자 인터넷판, ‘식대 0원…도시락 눈치 보는 도내 대학 청소노동자’)

 

누구보다 교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복지 문제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할 대학들은 오히려 처우 개선요구에 귀를 막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대부분 월 160만 원대(수원대)에서 220만 원대(성균관대)라고 한다. 이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식대도 급여명세서에만 표시된 명목상의 항목이다. 식대를 별도로 지급하는 곳도 있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경기신문 취재 결과 단국대 7만 원, 성균관대 10~11만 원, 아주대 11만 5000원, 한국외대 12만 원 수준이다. 국공립대는 14만원이다.

 

하지만 이 식대를 가지고는 기본적인 끼니를 해결할 수 없다. 학생식당 한 끼 평균은 7000원이다. 7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학생식당에서 10끼밖에 먹을 수 없다. 더욱이 한 끼에 1만원이 넘는 외부 식당을 이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다. 그런데 이 마저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 휴게실이 마련돼 있다고는 하나 좁고 열악하다. 에어컨이 없는 휴게실에 창문도 없어 반찬냄새가 퍼질까봐 학생들의 눈치를 보고 있단다. 샤워시설도 너무 멀리 있어 땀을 씻지도 못한 채 일을 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지만 처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학생들의 등교 전까지 청소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공식출근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일을 시작하지만 이른 출근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아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본래 청소 업무가 아닌 학교 이삿짐 운반, 물품 이동 등의 작업에도 불려나간다. 을의 위치여서 거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일부 대학이 환경 개선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식사와 임금, 노동환경 문제에서 소외돼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경기도의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 및 인식개선 지원사업’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도는 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고용안정과 ‘착한아파트 문화’ 조성·확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착한 아파트’란 “아파트 관리종사자의 고용안정(근로계약 1년 이상)과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입주민과 상호 존중하는 상생협력단지”라는 것이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학들도 ‘착한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도는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 용역업체 등이 아파트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비인권적인 행위와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21년부터 아파트 경비·청소노동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휴게시설을 대폭 개선했다. 지난해까지 1000여 곳의 쉼터를 개선했는데 노동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행복하면 그만큼 주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아파트의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는 도관계자의 말을 대학들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 수원시는 이미 2015년 7월부터 공동주택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사업을 제도화했다. 경비원·미화원 등 공동주택 노동자들의 휴식공간을 위한 조례도 제정했다.

 

“바뀐다, 바뀐다 해도 결국 똑같다. 이젠 요구할 힘조차 없다. 그냥 참고 지낼 뿐”이라는 한 대학 청소노동자의 토로가 아프게 가슴을 찌른다. 대학들이 필수노동을 제공하는 취약계층 청소 노동자들의 고충을 외면하지 말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