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르치는 입장에서 공부방이 학교와 가장 다른 점은, 내 집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수업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가정집이니 아이들도 안전하고, 저 역시 자녀를 돌보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지난 10일 찾은 인천 송도1공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이 곳은 채드윅 송도국제학교와 인천포스코고등학교가 위치해 교육열이 뜨겁기로 소문난 지역이다. 이곳 35층 아파트에는 이례적으로 영어 공부방이 운영되고 있다. 운영자는 올해 마흔세 살, 창업 5년 차를 맞은 박윤정 원장이다.
대학에서 교육학과 영어교육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테솔(TESOL) 과정을 밟은 그는 귀국 후 4년간 중학교 교사로 일했다. 그러나 둘째 아이 출산을 계기로 교단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 교단에서 가정으로… ‘커리어 2막’ 열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로 돌아가는 것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공부방을 열기로 했죠. 내 집이니 학생들도 안전하고 체력 소모도 적었어요. 무엇보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공교육은 특성상 수업 내용이나 방식에 제약이 많지만, 공부방은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을 끌었습니다.”
2021년 문을 연 공부방은 현재 40여 명의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을 가르치며 월 매출 900만 원, 연 매출 1억 원을 올리고 있다. 개원 초기엔 학교 앞 홍보부터 시작해 종이컵에 홍보 스티커를 붙여 인근 가게에 나눠주기도 했다. 지금은 ‘35층 공부방’이라는 특이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소개와 입소문으로 자리가 잡혔다.

◇ “게임에서 이기면 숙제 면제”…즐거운 학습 비결
“모든 아이들이 하루 학습량을 마치고 갈 수 있도록 다양한 보상과 이벤트를 직접 기획해요. 오늘의 학습량을 채우면 게임 기회를 주고, 게임에서 이기면 단어 시험이나 숙제를 면제해주니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교사로서 풍부한 경험이 있었지만 다시 일을 시작할 땐 두려움도 컸다. 그는 여러 브랜드의 상담을 받았고, “집으로 직접 찾아와 상담해준 건 윤선생뿐이었다”며 믿음직스러웠다고 했다.
창업 비용의 부담이 적은 것도 이유였다. 윤선생 공부방은 초기비용 200만 원만 내면 된다. 이후에는 학생 수에 맞춰 교재 등 콘텐츠 이용료를 매달 낸다. 학습 음원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윤선생이 보유한 교재는 1200여 권. 학생 1인당 150개월, 즉 12년 반 동안 학습할 수 있는 분량이다. 예비 초등부터 수능까지 이어지는 커리큘럼에, 박 원장이 직접 기획한 무료 창의융합(STEAM) 특강을 꾸준히 병행하면서 학부모 반응도 좋았다. 수업 사진을 공부방 밴드와 블로그에 공유하며 홍보 효과도 자연스레 생겼다.
박 원장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합리적인 학습비, 두 번째는 가정집이라는 안전한 환경, 세 번째는 대형 학원에 비해 세심한 관리와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 “대기자가 있는 공부방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학생들의 만족도와 성취도를 동시에 높여 ‘대기자가 있는 공부방’을 만드는 것”이라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원 확장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같은 처지의 여성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저 같은 경력단절 여성들도 자신과 잘 맞는 브랜드를 선택해 ‘커리어 2회차’를 멋지게 꽃피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