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10일 이 전 장관 변호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특검에서 17일 오전 10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위한 출석 요청을 받았고 이를 수락했다"며 "공식 출석요구서 교부와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담보하기 위한 영상 녹화조사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각종 지시 상황과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 등을 조사할 전망이다. 이 사건 관련 국방부 최고 책임자인 만큼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될 수도 있다.
이 전 장관은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한 핵심 고리로 꼽힌다. 그는 채 상병 사건 당시인 2023년 7월 국방부 장관으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지난 7월 특검팀에 의견서를 통해 'VIP 격노'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채 상병 사건 관련 전화를 받은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수사 외압의 시작점으로 지목됐던 대통령실 명의 유선전화인 '02-800-7070'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대목이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해병대 수사단이 2023년 7월 30일 초동조사 내용을 보고한 때부터 이튿날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이후까지 일련의 상황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이 전 장관은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도 받는다.
이 전 장관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선상에 올라 출국금지 됐지만 지난해 3월 4일 윤 전 대통령에 의해 호주대사에 임명됐다.
그로부터 사흘 뒤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호주로 떠났다가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3월 28일)에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귀국했다.
특검팀은 당시 회의가 이 전 장관의 귀국을 위해 급조됐으며, 외교부 등 주관 부처가 아니라 국가안보실 주도로 기획된 일정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조만간 안보실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 '해병대 질책 문자' 국방부 2인자 신범철 전 차관 소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소환…
이날 특검팀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그는 오전 9시 54분쯤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면서 "우리나라나 군을 위해 진실이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아는 사실을 다 이야기할 것이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혐의자와 죄명을 빼라고 지시했나", "대통령실에서 수사기록 회수에 개입한 것은 알고 있었나" 등을 물었으나 "나중에 진실은 다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신 전 차관은 채 상병 순직사건 당시 수사 보고를 받은 국방부 2인자로, 국방부 내에서 이뤄진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다. 이른바 '해병대 질책 문자'를 보낸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앞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채 상병 순직사건이 경찰에 이첩되기 하루 전인 2023년 8월 1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 빼고 수사 용어를 조사로 바꾸라고 해라. 왜 해병대는 말하면 듣지 않는 것?'이라는 문자 내용을 읽어줬다고 주장했으며, 정황상 해당 문자를 신 전 차관이 보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신 전 차관은 이러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VIP 격노'와 함께 대통령실과 국방부로 내려진 수사 외압의 구체적인 내용 및 경로를 파악하고, 신 전 차관의 이행 여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소환…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 3차례 조사
특검팀은 오는 11일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주 박 전 보좌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모해위증 혐의로 입건했다"며 "이번 주부터는 피의자 신분으로 개별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전 보좌관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2023년 7∼8월 당시 이 전 장관의 핵심 참모로, 이 전 장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 핵심 관계자들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국방부 조사본부 등 수사 라인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특검팀은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주까지 3차례 조사했다.
정 전 부사령관은 채 상병 순직사건 당시 해병대 사령부 2인자로 2023년 7월 31일 채 상병 사건 언론 브리핑이 갑자기 취소된 직후 이 전 장관의 호출을 받고 10가지 지시가 담긴 일명 '정종범 메모'를 작성한 인물이다.
특검팀은 지난주 정 전 부사령관을 상대로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이 전 장관과의 대면회의 상황과 이 전 장관·김 전 사령관의 지시사항, 기록 이첩 및 회수와 관련한 논의사항 등을 전반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핵심 관계자 김장환 목사 소환 불응
이른바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핵심 관계자인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는 오는 11일 예정된 특검팀의 참고인 조사에 불응할 예정이다.
김 목사 측 변호인은 이날 "참고인의 통신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김 목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며, 종교에 대한 탄압으로도 읽힐 수 있다"며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 목사는 지난 8일로 통보된 참고인 출석요구에 한차례 응하지 않았으며, 오는 11일 출석해달라는 특검팀 요구서에도 회신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하기로 한 일정을 (김 목사 측에) 다시 통보했으나 특별히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2023년 7∼9월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과 여러 차례 통화하는 등 구명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현재까지 참고인 신분인 만큼 출석을 강제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김 목사가 계속 조사에 불응할 경우 법원에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따르면 수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자가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한 경우 검사가 첫 공판기일 전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