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업 일용직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방지를 위해 마련된 ‘하도급 지킴이’ 제도가 오히려 노동시장을 경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한 건설사가 새로운 해결책을 내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주 왕숙신도시 등지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계룡건설은 최근 현장 일용직 노동자들이 매주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주급 지급제’를 도입했다. 이는 하루 벌어 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려한 조치로, 건설업계에 신선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하도급 지킴이’ 제도는 발주기관이 자금 흐름을 전자적으로 직접 관리해 임금 지급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임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신상정보와 계좌번호를 하나하나 입력해야 하는 탓에 행정 절차가 지연되며, 실제 지급까지 40~60일이 소요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건설 현장 노동자 대부분이 신용불량자 등 당장 생계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임금을 즉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잦았다. 이로 인해 “일용직조차 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업계 내부에서 터져 나왔으며, 일손 부족 현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룡건설은 본사의 자금력을 활용, 현장에서 임금 청구가 이뤄지면 본사가 즉시 결제·집행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남양주 현장을 시작으로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됐으며, 전국 건설 현장에도 즉시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내부 방침이 전달됐다.
왕숙신도시 인력업체 관계자는 “주급 지급 문화가 자리 잡으면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노동자를 위한 긍정적 변화가 시작된 것 자체가 건설업계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대전지법과 대법원 판례에서도 현재의 임금 지급 방식은 위법하다고 판단된 바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법 준수를 위해 주급 지급제를 도입하게 됐다. 자금은 언제든 마련할 수 있지만 법 위반은 어떤 것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남양주 왕숙신도시 건설현장 인력업체 관계자들이 윤호중 국회의원 지역사무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간담회를 갖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당시 윤 의원실 관계자는 “신용불량자 등 취약계층이 당장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이번 계룡건설의 ‘주급 지급제’가 건설 인력난을 해소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