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데다 금융당국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자, 이미 대출을 보유한 차주는 물론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까지 압박을 받고 있다. 고금리·규제 장기화 속에 ‘가계는 조이고, 은행은 웃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122%로, 지난 5월(3.942%) 이후 4개월 만에 반등했다. 금리가 다시 오르자 대출 여력은 더욱 줄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와 스트레스 금리 적용이 맞물리며, 연소득 7000만 원인 무대출자의 주담대 한도는 올해 들어 약 4000만 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집값은 여전히 높은데 빌릴 수 있는 돈이 줄면서 체감 부담은 커지고 있다. 기존 대출자는 상환 압박이 커지고,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한 수요층은 대출 문턱이 높아져 시장 진입조차 어려워졌다. 특히 청년·신혼부부 등 첫 주택 수요층은 “원리금 감당이 불가능하면 시장에 발을 들이기조차 힘들다”는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은행들은 고금리 수혜를 입으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4대 금융지주(국민·신한·하나·우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KB금융 5조 1217억 원, 신한금융 4조 4609억 원, 하나금융 3조 4334억 원, 우리금융 2조 7965억 원으로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특히 우리 금융은 분기 사상 첫 1조 원을 넘겨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자이익도 함께 늘었다. KB금융은 9조 7049억 원(+1.3%), 신한금융은 8조 6664억 원(+2.0%), 하나금융은 6조 7803억 원(+3.8%), 우리금융은 6조 1863억 원(+5.1%)을 기록했다. 비이자이익까지 확대되며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 전문가는 “가계는 금리에 막히고, 은행은 금리로 벌었다”며 “대출 금리는 즉시 반영되지만 예금 금리는 시차를 두고 움직여 예대마진이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금리 장기화와 대출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첫 주택 진입 문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해 “금융 안정”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수요자까지 막히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은행권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내세우고 있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와 금리 부담이 겹치면 시장이 더 얼어붙을 수 있다”며 “특히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층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