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10명 중 8명이 대사증후군 위험 요인을 안고 있지만 정작 운동할 공간조차 없다. 일반 헬스장 접근이 어려운 데다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은 전국적으로 극히 부족해 건강권이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2025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장애인 중 대사증후군 위험 요인을 한 가지 이상 가진 비율은 82.4%로 조사됐다.
주요 요인은 높은 혈당(55.4%), 높은 혈압(49.9%), 복부비만(35.7%) 등으로, 일반인 대비 현저히 높다. 하지만 정작 주간 근력운동 ‘없음’이라고 답한 비율이 73.5%에 달해 운동 부족이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고지혈증·비만 등 물질대사 이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꾸준한 운동이 가장 기본적인 예방책이지만 장애인들은 일반 체육시설 이용이 쉽지 않다. 헬스장, 수영장 등 다수 시설은 휠체어나 보조기구 접근이 어렵고, 장애인 전문 트레이너도 거의 없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가운데 장애인 전용 운동시설이 있는 장애인복지관은 수원시와 고양시 등 4곳뿐이다.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전용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어 이와 같은 시설이 없는 인근 타 지자체 거주 장애인들이 찾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시각장애인 김모 씨(54)는 “일반 헬스장은 계단이 많고, 기구 사용을 돕는 사람도 없어 운동을 포기했다”며 “운동이 재활이 아니라 생존인데, 현실에선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일반 헬스장 운영자들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 헬스장 관계자는 “장애인을 차별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안전사고 우려가 크고, 전용 기구와 보조 인력이 없어 사실상 수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복지관의 재활·취미 위주 프로그램만으로는 건강 유지가 어렵다”며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을 전국 단위로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존 복지관 공간이 협소하고 예산이 한정돼 별도 체육시설 확충이 쉽지 않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체육시설 개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장애인 단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복지관 신설 때마다 혐오시설이라며 님비 현상이 반복돼 행정이 멈춘다”며 “모든 지자체가 최소 한 곳 이상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운동권은 재활을 넘어 건강권의 문제”라며 “지자체가 직접 나서야 장애인들이 ‘걷기조차 어려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