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택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상위 10% 주택 가격은 오르는 반면, 하위 10%는 되레 낮아지며 양극화 격차는 지난해 기준 45배에 육박했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 위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격차 확대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도 “글로벌 공통 현상이지만 한국은 특히 심각하다”며 공식 경고를 내놨다.
국가데이터처가 17일 발표한 ‘2024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상위 10% 주택의 평균 가격은 13억 4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9000만 원 올랐다. 반면 하위 10% 주택은 평균 3000만 원으로 100만 원 떨어졌다.
이로 인해 가격 격차는 44.7배로 벌어졌다. 보유 주택 수에서도 차이는 컸다. 상위 10% 가구는 평균 2.3채를 보유해 하위 10%(0.97채)보다 2.4배 많았다.
주거 면적 역시 상위는 113.8㎡, 하위는 62.7㎡로 1.8배 차이가 났다. 하위 10%는 아예 집을 한 채도 소유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집값 양극화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하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 수도권 집값은 소득 대비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며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은 개선 가능성보다 악화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한국이 생존하기 위한 마지막 탈출구”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역시 주택 양극화가 국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발간한 ‘주택시장 양극화의 영향’ 보고서는 미국·영국·호주·캐나다·일본 등 선진국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지만, 한국의 양극화 속도와 심각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핵심 원인 중 하나로는 청년층 수도권 집중이 꼽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젊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유인을 낮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장기적·단기적 대응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가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으며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KB금융 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득·지역·상품성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양극화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같은 지역에서도 미분양 단지와 완판 단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며 “양극화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