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배달비 인상 여파로 소비자들의 지출 구조가 달라지면서 배달앱 시장의 무게중심도 ‘배달’에서 ‘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최근 1년 새 포장 주문이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앱 전면에 ‘포장/픽업’ 메뉴를 재배치하는 등 근거리 소비 흐름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달비 부담을 피하려는 소비자와 수수료를 줄여야 하는 자영업자의 이해가 맞물리며, 포장이 배달앱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포장 주문은 퇴근 시간대인 오후 5~7시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외식 물가 상승과 건당 3000원 안팎의 배달비 구조가 결합하면서 ‘배달비 피로감’이 커졌고, 직장인·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이동 동선 내에서 직접 음식을 찾아가는 소비 패턴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배달비가 또 하나의 생활 물가가 되면서 소비자들이 배달을 기피하는 현상, 일명 ‘배달 포비아’가 퍼지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포장은 소비자에게는 절약 효과를, 자영업자에게는 ‘마진 회복 통로’를 제공한다. 배달앱이 제공하는 배달망을 이용할 때 지불하는 대행료와 중개 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매장에서는 포장 주문에 한해 1000원 할인이나 사이드 메뉴 제공 등 인센티브를 붙여 절감된 비용을 소비자와 공유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주문 단가보다 실제 남는 돈을 확보하려는 ‘생존형 조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배민은 늘어나는 포장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최근 앱 UX를 대폭 개편했다. 기존 ‘배달’ 중심 화면에서 ‘포장/픽업’을 메인 메뉴로 전면 배치하고, GPS를 기반으로 도보 10~15분 내 접근 가능한 매장을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기능을 강화했다. 고객 도착 시점과 매장 조리 시간을 맞추는 자동 알림 기능도 확대해 포장 과정에서 느끼는 대기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줄어드는 배달 수요를 포장 주문으로 묶어두는 ‘이탈 방지’ 전략이자, 장기적인 신규 매출원을 찾기 위한 실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포장을 단기적 대응책이 아닌 ‘근거리 소비’와 ‘알뜰 외식’의 고착 흐름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의 외식 방식이 배달 중심에서 포장까지 균형을 이루며 넓어지면서 배민의 전략 변화가 시장 지형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장 주문은 배달비 피로도와 수수료 부담이라는 양측의 현실적 제약이 만들어낸 시장”이라며 “플랫폼 경쟁은 이제 마케팅이 아니라 운영 효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매출을 가르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