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조법 개정 취지를 훼손하는 시행령을 마련했다는 비판이 노동계에서 제기됐다. 하청노동자가 원청 사용자와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한 노조법 2조 개정의 방향과 달리, 정부가 사실상 원청 책임을 약화시키는 절차를 도입했다는 주장이다.
24일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 시행령은 하청노동자의 원청교섭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노동부의 시행령안은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하려면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단일 교섭창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담고 있다. 노동계에선 창구단일화 제도가 사용자의 교섭 회피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고 비판해왔다. 경기지역본부는 “하청·도급·용역·자회사 등 복잡한 구조의 원·하청 관계를 모두 단일 창구로 묶으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노사 자율교섭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지역본부는 노동법률 전문가 긴급 의견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노동부가 주장하는 ‘회사노조 설립 등으로 교섭권이 박탈될 우려는 해결 가능하다’는 의견에 대해 응답자의 96.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93.9%는 “시행령안이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제한해 법 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창구단일화가 이미 교섭 회피의 수단으로 쓰여 왔다고 주장했다. 김호중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지부장은 “건설사들이 복수노조를 이유로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사례가 계속돼 왔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경직된 절차는 오히려 교섭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은 “시행령 초안은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법 개정으로 확보한 원청 사용자성 인정이 창구단일화 절차에 묶여 다시 무력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되돌리는 것과 다름없다”며 “노조법 2·3조 개정 취지를 훼손하는 시행령 개악을 중단하고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