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정권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헌정(憲政)을 유린한 지 정확히 1년이 된다. 그날 이후 대한민국은 한동안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서 있었지만, 실상은 국가권력 탈취의 충격과 사회 혼란의 와중에 겨우 유지돼 왔었다.
내란 특검은 비상계엄의 우두머리와 중요 임무 종사자들을 추적해왔고, 수사 종료일은 12월 14일로 다가왔다. 그러나 국민의 받은 상처와 기대하였던 희망에 비해 사법부 정의의 시계는 터무니없이 느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국가 전복 사태의 책임자들은 법리 꼼수로 재판을 지연시키며 마지막 남은 양심마저 부정하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만이 결심에 이르렀고, 징역 15년 구형이 내려졌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채상병특검은 11월 28일 150일간의 수사를 마치면서 ‘VIP 격노설’ 실체를 확인하고 윤석열 등 총 33명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지만, 수사과정 속 각종 논란과 함께 구명로비 등 해심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한계를 보여주었다.
가장 뼈아픈 장면은 국가 반란의 범죄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기는 윤석열의 모습이다. 지도자라 자처하던 사람이 정작 법정에서는 도피와 변명으로 일관한다는 사실은, 이 정권이 얼마나 공허한 권력욕의 산물이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여기에 검찰과 일부 사법부의 안일한 태도는 국민을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다수가 기각됐다는 사실은, 사법기관이 더 이상 정의의 비상구가 아님을 증명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결단을 회피한 채 ‘윤석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장동혁 야당 대표마저 "윤석열 어게인"을 외친다는 현실은 민주주의 앞에서 실소를 자아낸다.
우리는 그날의 비상계엄과 1년간의 파장을 통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또 얼마나 쉽게 파괴될 수 있는지 직접 목격하였다. 3대 특검에서 드러난 새로운 진실은 국가 시스템이 한 번 타락하면 얼마나 오랜 시간 회복이 필요한지를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내란을 종식시키고, 민주주의가 다시는 흔들리지 않도록 권력기관의 적폐(積弊)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우리의 역사는 이미 경고한 바 있다. 고려시대 공민왕의 반원(反元)개혁은 권문세족의 기득권 벽에 부딪혀 꺾였고, 조선 중기 조광조의 왕도정치 시도는 기묘사화의 칼날 앞에 쓰러졌다. 조선 후기 정조의 탕평책 또한 군주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최근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조차 검찰개혁을 약속했으나, 제도개혁은 끝내 검찰 권력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개혁은 늘 시작됐으나, 완성된 적이 거의 없었다. 이것이 우리 역사의 뼈아픈 교훈이다. 그러므로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로서의 자격을 갖추려면 국민의 대다수가 염원하였던 사법부와 검찰개혁의 완성만이 그 해답이다.
오늘 이 시점이 마지막 경고다. 검찰의 기소권 · 수사권 분리, 조직 해체 수준의 구조조정 없이는 이 나라의 법치주의는 다시 뒤집힐 수 있다. 검찰은 더 이상 절대권력의 성채가 아니라 국민에게 책임지는 공적기구가 되어야 한다. 내란을 끝내고 검찰 권력을 통제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이제는 내란의 철저한 단죄와 올바른 개혁을 통해, 헌정 파괴의 역사를 스스로 끝낼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