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서 머뭇대지 않는 복지”… 화성시 ‘먹거리 기본보장코너’ 현장을 가다

2025.12.10 18:31:58

신청 없이 즉시 지원, 금융·주거·정신건강까지 잇는 통합지원
정명근 시장 “누구도 굶지 않는 도시, 세심한 환경에서 시작된다”

 

 

 

나래울푸드마켓의 작은 방은 그저 물건 몇 가지를 주는 공간이 아니었다. 한 시민이 문을 열고 잠시 머뭇거리다 조용히 들어섰다.

 

직원은 과한 친절도, 불필요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필요한 것 챙겨가세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도움’. 화성시가 설계한 것은 어쩌면 복지의 가장 기본이자 가장 어려운 원칙이었다.

 

10일 오전, 화성시 능동의 나래울푸드마켓 한쪽 구석.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이 조용히 문을 밀고 들어서자 작은 공간 안으로 냉장 식품 향과 편의식품 포장지 소리가 스며들었다.

 

이달 초부터 운영에 들어간 ‘먹거리 기본보장코너(그냥드림)’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정 시장은 안내문에 적힌 문구부터, 진입 동선, 선반 높이까지 하나하나 눈높이를 맞춰 살폈다.

 

“배고픈 시민이 문 앞에서 부끄러움에 머뭇거리지 않도록 환경을 설계해야 합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이날 점검의 핵심을 응축한 발언이었다.

 

‘먹거리 기본보장코너’는 말 그대로 별도 서류나 자격 확인 없이 필요한 시민 누구나 식료품 3~5가지를 바로 챙겨갈 수 있는 곳이다.

 

즉석밥과 라면, 햄·참치 통조림, 간편 조리식 등이 선반을 채우고 있다.

 

 

이 사업은 과거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된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모델을 기반으로 하되, 화성시 상황에 맞게 고도화됐다.

 

시는 나래울푸드마켓과 향남읍 행복나눔푸드마켓 두 곳에 코너를 마련해 운영을 시작했다.

 

이용객 수는 각각 하루 10명 안팎(나래울), 5명 수준(행복나눔)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시는 “눈치 보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이용을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설명한다.

 

점검에서 정 시장은 물품 구성보다 ‘심리적 장벽’에 더 집중했다.

 

안내문구가 주는 인상은 어떠한지, 공간에 들어올 때 사람들의 시기가 의식되지는 않는지,

물품을 고를 때 스스로를 ‘도움받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지는 않는지 살폈다.

 

그는 “시민이 이곳을 통과하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자존감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동선 조정과 시각적 환경 개선을 지시했다.

 

현장 관계자는 “선반 높이와 물품 배치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이용자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먹거리 지원만으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에, 화성시는 타 지자체에서 보기 드문 금융복지 상담 연계를 ‘기본 패키지’로 포함했다.

 

이용자가 두 번째 방문할 때 직원이 화성시금융복지상담지원센터와 연결해 채무, 지출 위기 등 복합적 문제를 함께 점검한다.

 

필요 시 읍·면·동 긴급복지,정신건강복지센터, LH·경기주택도시공사 주거 상담, 치매안심센터, 화성시일자리센터 등으로 즉시 이어진다.

 

시는 “먹거리 부족은 더 큰 경제·정서 위기의 신호일 수 있다”며 “문제의 뿌리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시가 그리는 최종 그림은 ‘순환형 나눔 플랫폼’이다.

 

한번 위기를 겪고 이곳에서 도움을 받았던 시민이 살아난 이후 자연스럽게 기부자로 참여해 또 다른 이웃을 돕는 구조다. 지역 기부행사 확대도 그 일환이다.

 

정명근 시장은 “먹거리 기본보장코너는 물품을 주고받는 공간을 넘어,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공동체가 자라는 자리”라며 “화성특례시를 ‘누구도 굶지 않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세심한 점검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

최순철 기자 so5005@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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