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창]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과 유엔사령부의 관할권 문제

2026.01.06 06:00:00 13면

 

지난해 12월 17일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군사정전위원회의 권한과 절차에 대한 성명’을 통해 군사분계선 남측 비무장지대(DMZ)의 민사행정과 구제사업이 유엔군 사령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DMZ가 대한민국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출입 허가권이 전적으로 유엔사에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유엔사는 이미 2021년 성명에서도 DMZ 출입 통제를 ‘법적 지시’라고 규정한 바 있다.

 

정전위원회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기 위해 설치된 임시기구다. 그러나 정전 이후 70년이 훌쩍 넘도록 존속하고 있다. 유엔사는 유엔의 독립된 국제기구가 아니라 안보리 결의에 의해 설치된 보조기관이며,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 사령부다. 1975년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문제가 논의되었으나 안보리가 설치한 기구는 총회 결의로 해체할 수 없다는 점만 확인되었을 뿐이다.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는 유엔, 북한, 중국이며 대한민국은 서명하지 않았다. 정전위원회를 구성하던 중국군은 1958년, 북한군은 1991년 이후 철수했다. 현재 유엔사는 유엔기구도, 주한미군도 아닌 미군이 운용하는 별도의 법적 주체로 남아 있다.

 

그동안 유엔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반복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다. 2018년 남북 철도 공동조사 불허, 2019년 대북 타미플루 지원 지연, 정부 각료와 외교사절단의 DMZ 방문 불허, 최근 국가안보실 차장의 DMZ 출입 제한 등이 그 사례다. 이는 정전관리 권한을 넘어선 대한민국 국가주권의 제한이라고 할 것이다.

 

이 성명은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이재강(2025.8.29)·한정애(2025.8.25) 이병진(2024.6.28) 의원 등이 발의한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DMZ법)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들은 비군사적이고 평화적인 목적에 한해서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91년 12월 합의되고 1992년 2월 18일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2조에서 규정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문제’를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안은 유엔사의 정전관리 임무에 장애를 주지 않고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북의 분단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 수 없으므로 이들 법안은 통일이 될 때까지 분단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다음과 같은 사태가 예상된다. 첫째, 남북한간 군사합의가 이행되더라도 한국정부의 결정이 유엔사 결정에 종속되고, 둘째, 한국군에 대한 공식 지휘권을 갖고 있지 않은 유엔사가 비무장지대 정전관리권으로 한국군의 행동을 제한하게 되고, 셋째, 전시작전권이 한국군에게 전환되더라도 유엔사는 비무장지대 정전관리권으로 한국군을 통제할 수 있다.

 

이제 국민주권정부는 유엔사가 그동안 정전체제를 유지하여 온 것은 인정하되 대외적으로 정전협정 당사국간의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주력하고, 대내적으로는 남북기본합의서와 9·19 남북군사합의를 바탕으로, 입법 추진중인 DMZ법·한강하구법 등으로 국가의 영토주권을 재정립하고 시민단체와 함께 유엔사의 정전 관할권의 환수를 적극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이석희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