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창] 남북관계 개선의 선행조건

2026.03.06 06:00:00 15면

 

2026년 2월 25일 북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대한민국을 “적대적 실체”로 규정하며 동족 개념에서 배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2023년 말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의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어떻게 하여야 할까?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선행 조치가 요구된다.

 

첫째,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국회 차원에서 법적으로 인준한다. 전문과 25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합의서는 남북 화해와 불가침, 교류 협력을 제도화한 기본 틀이다(본지 2025.7.3). 여기에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남북정상선언, 2018년 9·19 군사합의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반영해 법적 정당성을 부여한다면,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된 정책의 급변을 방지하고 대화의 제도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서독이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연방의회에서 비준해 법적 효력을 부여한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둘째,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통일국민협약’을 추진한다(본지 2025.10.13.). 문재인 정부 시기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평화통일 비전 사회적 대화 전국시민회의](통일비전시민회의)는 남북간의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국민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통일정책의 원칙을 수립하였다. 비록 여야 합의 부족으로 법적 효력에는 이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국민주권정부와 연합(협치)하여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통일국민협약을 추진한다면 향후 남북교류의 지속 가능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셋째, 남북, 중·미 간 종전 및 평화 협정의 합의 도출이다. 한반도 문제는 구조적으로 미·중 전략 환경과 연동되어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려면 관련 당사국 간 정치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강대국에만 우리의 분단 문제를 맡겨두어서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자율적 기반은 취약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국내적으로 남북기본합의서의 법적 인준과 국민적 합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 외교적 협상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는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기반 구축이다. 현재 국회에서 이재강, 한정애, 이병진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하여 추진 중인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 등이 그것이다(본지 2026.1.6.). 이것은 비군사적이고 평화적인 목적에 한해서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1991년 12월 합의되고 1992년 2월 18일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2조에서 규정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러한 개선이 이루어지면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의 통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마련되면 남북간 중단사업을 복원하고 신규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 사업을 복원하고, 국제 자본과 협력하여 새로운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남북간의 교류, 교통, 교역의 제도화를 통해 한반도와 대륙으로의 생활권을 확장할 수 있다. 국민주권정부는 국회, 법원은 물론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이러한 선행조건들을 제도화하여 남북교류의 마중물을 담아내기를 기대한다.

이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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