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대규모 회고전' 선봬

2026.03.12 10:35:22 12면

17일~6월 28일,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개최
석판화 등 조각 작품 통해 근현대 미술사 전개 과정 담아

 

호암미술관이 한국 현대조각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대규모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17일부터 6월 28일까지 개최한다.

 

김윤신은 1970년대 후반부터 나무를 주요 재료로 삼아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해 온 조각가다. 

 

해방과 전쟁이라는 격동기를 거쳐 전후 척박한 예술 환경 속에서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몸소 통과해 온 산 증인으로 평가된다.

 

1970년대 초 국내 조각계가 모더니즘을 지향하며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모색하던 시기, 김윤신은 수직적 형태의 추상조각을 선보이며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그는 남미의 자연 속에서 창작에 몰두하며 현대성과 원시성이 공존하는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발전시켰다.

 

이번 회고전에는 1960년대 이전 망실된 작품을 제외하고, 파리 유학 시절 제작한 판화와 실험적인 평면 작업, 그리고 60대 이후 몰입하기 시작한 회화 등 약 170여 점이 소개된다.

 

 

전시 부제인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은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 이념에서 비롯됐다. 

 

이는 작가와 재료가 하나가 돼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킨다는 의미로, 조각 제작 전 오랜 시간 나무를 관찰하며 그 안에서 형태를 이끌어내는 작업 과정에서 형성된 직관적 통찰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 생애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김윤신의 작업을 하나의 조형 세계로 조망할 수 있도록 평면과 조각을 함께 구성했다.

 

1층 전시실에서는 1970년대 중후반의 '기원쌓기' 조각 시리즈와 '합이합일 분이분일' 시리즈를 시작으로, 작가의 조형 이념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1960년대 파리 유학 시절 제작한 석판화와 드로잉, 1970년대 캔버스 작업도 함께 전시된다. 유기적이면서도 기하학적인 추상 회화와 조각을 함께 배치해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의 일관된 조형적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또 1983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후 전기톱을 활용해 남미의 육중한 나무를 조각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역동적으로 드러내며 김윤신 예술 세계의 절정을 보여준다.

 

2층 전시실에서는 김윤신 조각의 또 다른 축인 돌조각과 함께 2000년대 이후 변화하는 나무조각 작품들을 소개한다. 

 

아울러 2000년대 이후 작가가 집중적으로 몰두해 온 회화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조각과는 다른 형식 속에서 강렬한 생명의 에너지와 삶의 환희를 표현한다.

 

전시장 외부에는 최근작인 '노래하는 나무 2013-16V1'(2025)이 설치된다. 

 

2013년 제작한 나무 조각을 알루미늄으로 캐스팅한 뒤 아크릴 채색을 더한 작품으로, 작가가 '회화-조각'이라 명명한 새로운 작업 방식의 연장선에 있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작품 세계에는 어린 시절 경험한 민속 신앙과 기독교적 신념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원시적 조형성과 현대 추상의 조형 언어가 시간과 문화를 넘어 맞닿아 있다. 

 

이처럼 현대적이면서도 자연에 가까운,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김윤신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시를 기획한 태현선 리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김윤신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길이 예술인 듯 숨쉬듯 작업해 왔다"며 "이번 전시는 순수한 열정과 신념으로 평생 예술과 하나가 되어 살아온 한 예술가를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서혜주 기자 judyjudy1017@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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