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텅 빈 유령 상가...서핑 성지 거북섬의 '눈물'

2026.03.15 15:47:29 2면

개발 호재에 들떴던 시흥 거북섬...적막감 도는 상가거리
공실률 전국 최고 상업지역...사람 인기척 드물어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지방 선거 때도 정치인들은 다 왔다 갔어요. 금방이라도 사람 넘치게 해줄 것처럼 말하더니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14일 시흥시 거북섬에서 만난 한 상가 투자자의 목소리에는 분노를 넘어선 체념이 섞여 있었다.

 

거북섬 일대는 멀리서 보면 이국적인 해양 레저 도시의 위용을 자랑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서핑장 '웨이브파크'와 세련된 디자인의 상업 빌딩들이 줄지어 선 모습은 금방이라도 관광객 인파로 북적일 것만 같다.

 

하지만 거북섬 내부로 한 발짝 들어서는 순간, 들뜬 기대는 이내 서늘한 정적으로 바뀐다.

 

 

기자가 방문한 거북섬 일대 상가들의 유리창에는 '임대 문의' 스티커만 지저분하게 붙어 있었다.

 

유령도시처럼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조용한 건물들이 저마다 '상가 임차인 구합니다'라고 절박하게 외치는 듯 했다. 영업 중인 곳은 거리의 적막함에 그나마 왔던 손님도 발길을 돌릴까봐 '영업 중'이라는 현수막과 알림을 눈에 띄게 붙여 놓기도 했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1층 명당자리는 대부분 수년 간 첫 임차인도 받지 못해 시공상태 그대로 텅 빈 채 회색빛 시멘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상가 내부 복도를 걸으면 정적속에서 사람의 온기는 느낄 수 없었다. 대신 노출된 공사 마감재와 접착제 등에서 나는 포름알데히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북섬을 두고 달콤한 헛공약만 내뱉던 정치인들에 실망했다는 상가 임대인은 "시화호의 풍광과 해양레저 특화 단지라는 청사진을 믿고 전 재산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것은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와 텅 빈 점포 뿐이다"라고 자조했다.

 

 

거북섬 공실 사태의 근본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과 현지 주민들은 입을 모아 정책 실패를 지적한다.

 

데이터는 그 실패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업지역 비중을 비교하면 국토교통부 기준으로 전국 평균은 1.9%, 서울시는 4.3%인데 거북섬은 49.9%로 압도적인 공급 과잉상태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도시의 상업용지 비중이 2% 안팎인 데 비해, 거북섬을 포함한 시화MTV 지역은 무려 절반에 가까운 49.9% 가 상업지역인 것이다. 도시계획이 잘못돼 상가 공실률이 26.7% 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세종시도 10.4%에 불과하다.

 

거북섬의 상가공실률은 80~90% 수준으로 비교 대상조차 없을 정도다.

 

시화호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고 환경 개선 비용 4000억 원을 충당하기 위해 땅을 무리하게 상업용지로 쪼개 팔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배후 주거 인구는 턱없이 부족한데 상가만 넘쳐나는 '기형적 구조'가 탄생한 것이다.

 

외부 고객이라도 쉽게 유입되어야 하지만, 거북섬으로 통하는 혈맥인 고속도로는 여전히 막혀 있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안산~인천 구간은 노선조차 확정 짓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 중이다.

 

한 주민은 "정부의 고속도로 계획을 믿고 투자했는데, 계획이 미뤄지면서 발생하는 모든 고통은 왜 우리 같은 서민들이 져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시흥시는 시화IC에서 남송도IC에 이르는 1구간이라도 우선 착공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응답은 더디기만 하다.

 

시흥시는 국제 서핑대회와 해양스포츠제전을 유치하며 '심폐소생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예산 투입만으로는 거대한 공실의 늪을 메우기에 역부족이다.

 

 

시흥시 관계자는 "황무지였던 거북섬을 재탄생시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땀을 흘렸다"며 "정부는 약속했던 고속도로 착공 등 기반 시설 마련을 통해 이곳에 터전을 잡은 상인들의 믿음을 저버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거북섬의 밤은 화려한 조명 대신 어둠 속에 묻힌 빈 상가들로 인해 더욱 깊어 보였다. '해양레저의 메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정책 실패의 전시장'이라는 오명으로 바뀌기 일보 직전이다.

 

시 관계자는 "이제라도 정부의 책임 있는 진단과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현재 거북섬 일대에 4개 아파트 단지 입주가 시작됐다"며 "3000여 세대가 입주하게 되면 주변상권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시는 '거북섬 활력 증진 TF'를 구성하고 거북섬 일대 상권 살리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김원규 기자 ]

김원규 기자 kwk@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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