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커피 이야기] 커피의 세계 일주

2026.03.16 11:21:05 16면

 

커피의 사회학

 

우리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향긋하고 자극적인 커피. 이 식물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진정한 사회적 교류의 상징이 되고 있다. 문명을 잇는 다리이며,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지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이슬람 와인’이라고 불리는 이 음료는 처음 발견돼 가정과 공공장소에서 소비되기 시작한 이래 나눔, 포용, 그리고 친목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유니버설 아이콘이 되었다. 평범한 붉은 열매는 전 세계 수많은 몽상가와 노동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가 돼 만남을 주선하고 주요 문화 운동에 큰 영향을 주어 왔다. 도회지의 커피숍에서든 동네 작은 테라스에서든, 커피는 언제나 인간 상호작용의 중심에 서 있다.

 

전 세계 커피숍에서는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다채로운 이벤트가 점점 더 활성화 되는 추세다. 예를 들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특선 커피는 새로운 맛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한 잔 한 잔에 담긴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처럼 커피는 우리 일상에 있어 소통의 일부로 자리 매김 했다.

 

‘최인숙의 커피 이야기’는 이 매혹적인 커피의 역사 속에 깃들어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찾아 세계 릴레이 경주를 떠나보려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분명 커피의 탐험, 적응, 그리고 혁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커피 마니아든 가볍게 즐기는 사람이든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그 맛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를 알아보는 것도 무척 큰 의미가 있다. 커피가 사회화의 상징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커피에 얽힌 전설

 

 

모든 발견이 그러하듯, 커피의 발견을 둘러싸고도 전설이 많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9세기 에티오피아 남서부 고원 카파(Kaffa) 지방에 살았던 칼디(Kaldi)의 이야기다. 칼디는 양을 치는 목동이었다. 그는 햇살이 쏟아지는 야생의 들판에서 매일같이 뛰어다니는 염소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길을 잃지 않도록 살폈다. 그러던 어느 오후,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평소 같으면 고요해야 할 염소들이 갑자기 흥분에 휩싸인 듯 펄쩍펄쩍 뛰고 장난치며 빙글빙글 돌았다. 마치 신의 소리에 장단 맞춰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이상히 여긴 목동은 염소들을 주시했다. 어느 날 염소들은 덤블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작고 윤기 나는 빨간 열매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목동은 그 열매를 따서 직접 먹어 보았다. 온몸에 활력이 솟는 기분이었다. 근처 수도원으로 달려가 수도사들에게 이 모험담을 이야기하고 열매의 효능을 물었다. 성직자들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열매를 불에 던져버리고 먹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불에 던진 열매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자 이에 이끌린 성직자들은 커피콩을 달여 먹었다. 신기하게도 야간 기도 시간에 졸리지 않았다. 그들은 곧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점차 이 식물을 활용하는 방법들을 개발해 나갔다.

 

다른 전설은 수피의 신비주의자 셰이크 아부 하산 알 샤딜리에 관한 것이다. 샤딜리는 산속에서 은둔 생활을 하다 커피를 발견했다. 그는 커피콩을 식량으로 삼고 기도와 명상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었다. 그 후 커피는 수피들의 영혼을 정화하고 신을 찾는 심오한 수행에 중요한 음료가 되었다. 이는 커피가 단순히 자극적인 효과뿐 아니라 영적인 효능까지 가지고 있음을 뒷받침 해 준다.

 

또 하나의 전설은 사막으로 추방된 예멘 출신의 셰이크 오마르(Sheikh Omar)의 이야기다. 치유사이자 신비주의자인 오마르는 굶주림에 시달리던 중 관목에서 열매를 따 생으로 씹어 먹었다. 맛이 쓰고 불쾌했다. 그는 곧 열매를 볶아 물에 우려 마셨다. 그 덕분에 그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마지막 전설의 배경은 중동의 예멘이다. 따라서 칼디의 전설에 비해 신빙성이 좀 떨어지는 감이 있다. 그러나 오마르가 에티오피아에서 수입된 커피의 무역항 모카 근처에서 이 열매를 발견했다고 주장함으로써 그 신빙성을 높이려는 이들도 있다.

 

어찌됐건, 커피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칼디의 전설이 수 세기를 거쳐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이 전설은 그림, 이야기, 그리고 전 세계 커피숍 간판에 지금도 자주 등장한다.

 

커피의 출발지 아프리카

 

 

칼디의 전설에서 보듯, 커피의 탄생지는 에티오피아의 카파(Kaffa)다. ‘커피’라는 이름도 ‘카파’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방은 상록 운무림, 우뚝 솟은 산, 가파른 계곡, 번성하는 습지, 그리고 완만하게 펼쳐진 평야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이곳은 에티오피아 최초의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중 하나로 세계 최고급산인 아라비카의 산지로 유명하다.

 

카파 외에도 시다모, 하라르 지역에서 커피가 생산된다. 그 생산량은 전 세계의 약 60~70%를 차지한다. 이는 식물학적, 유전적으로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원산지임을 알려주는 주요 증거가 된다. 이 지방의 거대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약 5000종의 야생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처음 커피는 지금과는 달리 사용됐다. 에티오피아 남서부의 토착민 오로모(Oromo) 족은 원두 열매를 그대로 먹거나 동물성 지방과 섞어 에너지 볼을 만들어 장거리 여행이나 군사 원정 전에 섭취했다. 또 다른 방법은 커피 잎을 버터나 소금과 함께 씹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우려내서 마셨다.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커피, 에티오피아의 신앙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경제적 가치 분만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뿌리 내린 신앙과 같다. 이 음료는 그들에게 소속감과 유대감을 제공하며, 문화적 정체성을 간직하게 해 준다. 이를 대대손손 이어가게 하는 하나의 의식이 있다. ‘분나 테투(Buna Tetu)’가 그것이다. “커피 마시러 오세요”라는 뜻으로 진정한 환대와 친목을 보여주는 의례다. 사람들이 이웃집 문을 두드려 커피 한 잔을 함께 마시자고 초대한다. 그때, 커피를 마시는 의식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고 규칙이 규정돼 있다. 그것은 테이블 위에 갓 자른 풀을 깔아 장식하고 예법에 맞게 잔을 놓는다. 그리고 손님이 오기 전에 집안에 향을 피워 향기를 더한다.

 

첫 잔은 절대 손님에게 내놓으면 안 된다. 그 까닭은 커피가 깨끗한지, 다시 말하면, 커피 찌꺼기와 입자가 포트 바닥에 가라앉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손님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며, 소금, 설탕, 혹은 약쑥인 루타 그라베올렌스(Ruta graveolens)까지 다양한 양념을 곁들일 수 있다.

 

예의상 각 손님은 세 잔의 커피를 마셔야 한다. 그보다 적게 마시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결례다. 에티오피아인들은 세 잔의 술을 마시는 것이 영혼을 정화한다고 믿기 때문에 여기서 기인한 것이다. 이는 의식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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