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시] 화폭 위 날아와 '꽃'처럼 피어난 최일권의 시선들

2026.04.07 14:22:57 12면

27일까지 과천 갤러리 바다서 최일권 초대 개인전
따뜻한 색감과 화조화 중심의 독보적인 화풍 선봬

 

그대 내게 날아와 꽃처럼 피소서.

 

조용히 스며드는 봄은 작은 생명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꽃들은 기지개를 펴고 새들은 지저귀며 활력을 불어넣는 순간, 갤러리 바다는 이를 포착한 최일권의 시선을 전시장 안에 담았다.

 

최일권은 청각장애 동양화가로, 만 원권 세종대왕 초상을 그린 운보 김기창 화백의 제자이기도 하다.

 

전통 한국화의 깊은 맥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독보적인 화풍을 구축한 그는 화조화를 중심으로 자연과 생명의 흐름을 캔버스 위에 표현하며 생동감 있는 화면을 완성한다.

 

전시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사계' 시리즈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벽 한 쪽에 위치한 작품들은 가운데 '사계의 정원'을 중심으로 '봄향'·'여름향'·'가을향'·'겨울향'이 배치돼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계절 별로 분리돼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 특유의 밝고 따뜻한 색감을 배경으로 그 위에 나무와 꽃, 새가 더해져 생명의 온기를 전한다.

 

특히 '송조'는 초록빛의 바탕에 소나무 아래로 하강하는 참새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부드러운 담채와 섬세한 필선, 여백의 미를 강조한 작품은 고요하면서도 입체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그 옆으로 이어지는 '해바라기조'와 '해와 박새'는 마치 데칼코마니 같은 해바라기와 박새의 모습이 나란히 놓여 있다.

 

 

노을이 지는 듯한 색감과 그라데이션 기법을 활용한 색채는 해바라기와 비슷하지만 다른 채도의 물감을 사용해 표현했다.

 

최일권의 작품들은 혼자 있는 새의 모습을 단 한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자신과 아내를 투영했다는 그의 작품들은 2마리 이상의 무리를 이룬 모습으로,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시 오프닝 날에도 최일권은 아내와 함께 한복을 맞춰 입고 등장하며 잉꼬 부부의 면모를 드러냈다. 

 

 

수어 해설가와 함께 하는 전시 설명 역시 부족한 부분은 아내가 나서서 설명하며 이해를 도왔다.

 

최일권은 참새를 비롯해 닭과 제비, 백로 등 다양한 종류의 새를 주제로 삼아 기억하고 싶은 장면과 순간을 화폭에 담아낸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특별존도 마련돼 있다.

 

청각장애를 지닌 한국화의 거장이자 최일권의 스승인 김기창을 기억하며 '만 원권'이 전시돼 있다.

 

또 그 앞으로는 최일권의 스케치가 담긴 노트가 놓여져 있는데, 골무를 착용하고 그의 작업 세계 초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세상에 없는 색을 만들어 내고자 끊임없는 연구를 이어온 그의 작품들은 피사체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돋보이게 하며 발길을 붙든다.

 

새와 꽃이 마주하는 짧은 순간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모습은 마치 최일권의 일생과도 닮아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미술에 입문한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예술 세계 속 새로운 생명을 피워내며 전통과 현대의 감각을 한 데 모았다.

 

캔버스 위 손짓으로 관람객과 소통을 시작한 최일권의 개인전은 27일까지 갤러리 바다에서 계속 된다.

 

한편 갤러리 바다는 장애 예술인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기업과 연결하며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다.

 

이번 최일권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매달 장애 예술 작가들의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서혜주 judyjudy1017@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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