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섭의 이심전심(以心傳心)] 이미지의 힘, 사람과 세상을 바꾼다

2026.04.16 06:00:00 15면

 

오늘날 세계는 갈등과 충돌이 끊이지 않지만, 동시에 촘촘한 연결망(network) 속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지구촌(Global Village)’은 이제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국경은 세계 지도 위에 선(線)으로 남아 있고, 언어와 종교, 정치와 문화의 차이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인류의 긴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차이와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세계에는 190개가 넘는 나라가 있다. 각기 다른 체제와 제도를 지닌 국가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하나의 큰 생태계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 기후변화나 감염병, 식량과 자원 문제, 전쟁과 테러는 어느 한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이 곧바로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외면한다고 피할 수 없는 인류 전체의 과제가 되었다.

 

이런 변화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과 교통·통신의 발달, 돈과 정보와 사람의 이동으로 세계는 한층 가까워졌다. 멀리 떨어진 나라의 사건·사고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고, 그 소식은 우리의 생각과 선택에까지 영향을 준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앞으로의 세상을 더욱 크게 바꿀 것이다. 개인과 조직, 국가는 더 이상 특정한 경계 안에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연결되고 있다.

 

이처럼 세상이 바뀌면서 ‘힘(power)’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영토와 인구, 군사력과 경제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많은 것을 가지고도 기대만큼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차이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바로 ‘이미지(image)’다.

 

이미지는 단순한 겉모습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쌓이는 느낌과 신뢰, 상징과 의미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사람은 복잡한 사실보다 직관적인 인상에 더 쉽게 반응하고, 논리보다 느낌에서 출발해 판단에 이른다. 결국 이미지는 생각을 바꾸는 힘을 넘어 선택을 움직이는 출발점이 된다.

 

더 나아가 이미지는 ‘에너지(energy)’처럼 작용한다. 힘이 머무는 것이라면, 에너지는 흐르고 퍼지며 커진다. 오늘날 이미지가 바로 그런 방식으로 움직인다. 한 사람의 말, 한 장의 사진, 하나의 영상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번져 나간다. 긍정적인 이미지는 기회를 만들고 신뢰를 쌓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는 위기를 키우고 관계를 멀어지게 한다.

 

이제 이미지는 개인과 조직, 국가를 움직이는 핵심 자산이 되었다. 사람의 태도와 말, 조직의 분위기와 메시지, 국가의 목표와 방향은 모두 하나의 이미지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동시대인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한 나라에 대한 호감이 그 문화와 언어로 이어지듯, 이미지는 보이지 않지만 현실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다.

 

이미지는 신뢰로 이어지고, 신뢰는 관계를 만든다. 관계는 이해를 낳고, 이해는 존중과 협력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미지는 단순히 꾸미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껏 설계하고 쌓아가야 할 관계의 출발점이다. 겉으로만 꾸민 이미지는 오래가지 않는다. 오래 남는 이미지는 ‘어떻게 보일까’가 아니라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지의 흐름 속에 있다. 이미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소중한 에너지를 흘려보내는 일과 같다. 반대로 이미지를 바르게 이해하고 가꾸는 일은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풍요롭게 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길이다. 이미지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신(新)에너지다. 그리고 우리의 내일은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봉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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