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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따라잡기] 추억 속의 사람들

 

최숙경 포천시 생활체육회 지도자

처음 생활체육회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당시 포천시생활체육회 최광규 사무국장님의 권유에서 였다.

“생활체육 지도자라는 직업이 있는데 한번 해 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당시 그런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여자가 하기엔 괜찮은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자격증을 취득하고 생활체육회 지도자로서 활동하게 됐다.

수업을 하려고 해도 장소가 마땅하지 않고, 생활체육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그 시절,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군부대를 생각하게 됐다.

평소 알고 지내던 원사님께 취지를 말씀드린 뒤 한 군인 아파트 테니스장에서 첫 수업을 하게 됐다.

그 곳에서 처음 테니스 수업을 받은 군인 가족 분들은 그 수업이 인연이 돼 지금도 계속해서 일반 사설코트에서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그렇게 한 3년이 흘러 조금은 권태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늘 비슷한 시간들이 조금은 지루하다고 생각될 무렵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보건소에서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위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체육 활동을 맡아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은 다른 에어로빅 강사가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는데 개인사정상 더 이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가 없어서 고민하던 중 저희 생활체육회에 문의를 해 오셨던 것이다. 처음엔 얘기를 듣고 망설이게 됐다.

테니스를 지도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준비도 돼있지 않던 필자에게 그것도 일반인이 아닌 정신지체장애인 이라니….

앞이 캄캄했다. 그 사람들에 대한 사전 지식도 별로 없이 바로 수업에 들어가게 됐다. 한 가지 보건소 선생님이 알려주신 것은 그들은 성격의 변화가 심해서 가끔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상 선생님들도 프로그램을 함께 하신다는 말씀이 저에게는 조금은 위안이 됐다. 1시간이라는 수업 시간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일단 부딪쳐보자는 마음에 스트레칭 수업부터 시작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스트레칭 동작을 반복해서 했다.

지도자라는 필자 역시 지루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 사람들은 얼마나 지루했을까. 그래도 열심히 따라해 주는 그 분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일주일에 수업을 두 번 진행해야 하는데 처음엔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다.

먼저 다가가야 하는데 나의 인격수양이 덜 됐는 지 잘 이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보건소 선생님의 권유로 장애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수업을 진행했다.

이후 순수한 그들의 모습에 점점 친해지게 됐고, 함께하는 점심식사 시간이 즐겁게 변해갔다. 프로그램도 스트레칭에서 배드민턴으로 바꿔 수업을 하게 됐다. 함께 체조하고 배드민턴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그들에게 배드민턴을 가르친다기 보다는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스포츠를 즐겼다고 생각한다.

회원들 중에는 공무원을 하다 정신이상으로 병원에 오신분, 간호사를 하다 오신분 등 모두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인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들 중 유독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분은 정신지체가 아닌 간질을 앓고 계신 분이었는데 보건소에서 편의를 봐줘 나오던 분이었다.

남편 없이 유치원에 다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던 그분은 보호자가 돼야 할 본인 대신 어린 딸이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었다. 그래도 운동을 나오면 항상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다.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에도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 정말 그런 병을 앓고 계신가 생각될 정도였는데 어느날 보건소 선생님으로부터 당분간 그분이 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이유는 간질 수술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수술도중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딸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하시겠다고 결정해서 수술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 날이 그분을 본 마지막 날이었다. 결국 수술 도중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어린 딸은 작은 아버지한테 맡겨졌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이런 저런 일들을 겪게 되는 데 이렇게 슬픈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한수이북 장애인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우리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기쁜 일도 있었다. 꼭 우승을 해서 기쁘다기보다는 점점 상태가 좋아지는 회원들을 보면서 정말 이 프로그램을 하기를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자칫 나태해 질 수 있었던 필자에게 그들은 활력소였고, 만나면 반가운 이웃이자 친구였다.

앞으로도 여러 곳에서 저를 원하는 동호인이 있는 한 뜨거운 태양을 벗삼아 열심히 봉사하는 자세로 생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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