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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Passion ② 서현고 2학년 박 준

 

레슬링은 두뇌싸움…상대방 눈빛까지 읽는다

“성남문원중학교에 입학해 얼마 안 돼 레슬링부 코치님이 ‘너 레슬링 안 해 볼래?’ 하시더라고요. 무조건 싫다고 했죠. 힘들게 운동하는 것보다 남들처럼 그냥 공부하는 게 편하다 싶었거든요. 한동안 피해 다녔어요. 그런데 저완 영 말이 안 통한다 싶으니까 이번엔 어머니께 직접 전화하셨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죠.”

레슬링 자유형 85kg급 고교생 유망주인 박준(서현고 2) 군. 당장은 오는 10월 중순 열리는 강원 전국체전 금메달이 목표지만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향해 오늘도 굵은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안 하겠다고 버티다 중1 여름방학부터 시작

초등학교 때는 전교권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어요.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괜찮은 편이었죠. 그런데 당당한 체격이 문제(?)였어요. 아버지는 옛날에 축구를 하셨고 어머니는 육상선수셨어요. 부모님 DNA를 받아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 검도는 물론이고 심지어 주짓수까지 안 해본 운동이 없었어요. 처음엔 안 하겠다고 계속 버티다가 중1 여름방학 때부터 본격적으로 레슬링을 시작했죠.

때론 ‘좀 더 일찍 시작할 걸’ 이란 아쉬움도

어느 땐 ‘좀 더 일찍 시작할 걸’이라는 아쉬움도 있어요. 중3 때 소년체전에 나갔었는데 유독 제가 못 이기던 친구가 있었거든요. 대전 아이인데 걔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잠자리에서도 그 친구 모습만 떠오를 정도였죠. 제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이걸 계속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대론 물러설 수 없다고 이를 악물고 연습했죠.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그 친구를 이기면서 갈등에서 헤어 나왔죠.

레슬링은 나만 이겨선 결코 상대에게 못 이겨

다른 운동을 이 정도 했으면 아마 못 하는 게 없을 거예요. 흔히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라’ 라는 말들을 많이 하죠. 그런데 레슬링은 나만 이겨선 결코 못 이겨요. 기술도, 체격도, 체력도 비슷한 상대를 이기려면 상대방의 특기, 약점 등을 꼼꼼히 분석해 전략을 짜고 시합에 임해야 하거든요. 일단 시합 대진표가 나오면 상대방 선수 동영상을 입수해 계속 보면서 분석합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론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리죠.

시합 전 몸 풀면서 상대방과 ‘기싸움’ 시작

시합 전엔 매트 주변에서 몸을 풀어요. 이때 맞은편에 있는 상대 선수와 눈이 자주 마주치는데 이른바 기싸움이 시작되는 거죠. 어느 땐 상대방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어요. 매트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저 선수가 이렇게 들어오면 나는 이렇게 피해야지’, ‘타이밍 봐서 이런 기술을 걸어야지’라고 생각하죠. 머릿속에선 이미 치열하게 경기가 돌아가고 있는 셈이죠. 악수할 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엔 없고요.

다치는 건 부지기수…1점 차 패배에 통분의 눈물

레슬링을 하다보면 다치는 건 부지기수예요. 지난 2월엔 연습하다 무릎 인대가 나가 석 달 동안 전혀 하체를 못 쓰고 상체 보강운동만 한 후 대통령기 전국시도대항레슬링대회에 출전했는데 너무너무 아쉬웠죠. 딱 1점 차이로 졌는데 그 친구가 우승했거든요. 전 동메달을 땄고요. 시합을 마치고 억울해서 엉엉 울었어요. 선생님들도 많이 아쉬워하셨고요.

힘세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 상대방 힘도 역 이용해야

레슬링이요? 하고 있는 저도 참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몸의 모든 근육을 다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근력운동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힘만 세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 때론 상대방 힘을 역이용해야 하고 공격을 하려면 몸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자칫 다리를 잡힐 수도 있거든요. 공격하다보면 수비에 구멍이 생기는 거죠. 고도의 두뇌 싸움이 필요합니다. 저는 나름 수비를 탄탄하게 한다고 하는데 어느 순간 제 별명이 ‘소심’이가 돼 있더라고요. (하하하)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목표로 굵은 땀

박 군은 레슬링 경기시간 1라운드 3분씩 2라운드 합계 6분의 시간이 마치 전쟁과도 같다고 말한다. 몇 날 며칠을 상대방을 분석하고, 작전을 짜고, 체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롤모델은 2004 아테네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0kg급 금메달리스트인 정지현 선수. 침대 맡에는 ‘즐기는 사람이 이긴다’는 글을 붙여놓고 자기 전에 늘 보면서 짜증나는 일들, 힘든 일들을 극복하면서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꾸고 있다.

경기교육신문 오소연 기자 webmaster@edu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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