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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Passion⑩ 고양외고 장이준 양

 

“통역봉사도 하고 실력도 쌓고…영어선생님이 장래 꿈이에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통역봉사를 하기 전까지는 솔직히 우리나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어요. 영어 할 줄만 안다고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무척 당황했었죠, 속도 많이 상하고요. 그래, 기왕 나선 일 제대로 해보자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랬더니 우리 것을 알면 알게 될수록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지기까지 하대요.” 서울시관광협회 소속으로 통역봉사를 하고 있는 고양외고 1학년 장이준 양을 만나봤다.

공짜로 영어회화할 수 있는 곳 찾다가 시작

제가 외국어에는 좀 소질이 있나봐요.(호호호) 중학생이 돼서 제일 재미있어한 과목

이 영어였거든요. 그런데 3학년이자 되자 그동안 저와 친하게 지내시던 원어민 선생님이 아쉽게도 학교를 그만 두셨지 뭐예요.

학교에서 영어회화를 배울 기회가 갑자기 줄어들게 된 거죠. 그래서 여기저기 영어회화를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가 마침 서울시관광협회에서 통역봉사자를 찾는 게 눈에 띄더라고요. 봉사도 하고 실력도 쌓고 벌써 2년째 통역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영어만 할줄 안다고 쉽게 나섰다간 큰 낭패

처음엔 단순히 광화문에서 외국인이 길을 물으면 알려주면 되는 정도로 쉽게 접근

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동상을 가리키며 어떤분 동상이냐고 물으면 입에선 뱅뱅 도는데 어떻게 설명해줄지 몰라 엄청 당황했거든요. 또 한 번은 호주에서 오신 외국인이 수문장 교대식을 설명해달라고 하셨는데 제대로 설명을 못해 난처해했던 일도 있었죠.

일단은 대답해주었지만 내가 과연 맞게 설명해줬나 싶어 한참동안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영 떠나지 않더라고요. 뒤늦게 이렇게 설명해줄 걸 그땐 왜 그렇게 설명해 줬을까, 후회도 되고 머릿속이 여간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더라고요.(ㅠㅠ)

공부한 후 제대로 설명해줬더니 기분 뿌듯

그런 일이 몇 차례 있다 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리나라의 역

사와 문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죠. 물론 지금은 나름 완벽하게 정리해서 술술 설명해줄 정도가 됐고요. 제 설명을 듣고 외국인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며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는 저 나름대로 아! 내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낯선 외국인에게 알려주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막 뿌듯해지죠. 아마 다들 이런 맛에 봉사를 하는 거겠죠.(하하하)

가방 분실한 싱가포르인 대사관까지 안내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서울시청역에서 통역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역무원께서 황급히 절 찾으시는 거예요. 얼른 가봤더니 싱가포르에서 오신 가족 여행자인데

지하철에 가방을 두고 내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저런 상황을 물어본 다음 역무원에게 알려드렸고 그 분들께도 가방을 찾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도 알려줬어요. 지갑과 비자도 잃어버렸기 때문에 주한 싱가포르 대사관으로 안내해드렸죠. 무지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우리나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제가 좀 덜어드린 셈인가요.(ㅋㅋㅋ)

실력도 늘고 역사도 배우고 ‘일석이조’

그동안 통역봉사를 하면서 얻은 게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영어회화 실력이 상당히 늘게 된다는 거예요. 외국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정확한 발음으로 알려주면서 그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관용표현들도 함께 익히게 되거든요. 다음으로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는 거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선 제가 알아야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잖아요.

학업에 지장 안 주도록 최대한 시간 안배

한여름과 한겨울 봉사는 솔직히 많이 힘들어요. 여름엔 땀으로 목욕하고 겨울엔 길

에 서 있다 보면 손이 꽁꽁 얼기도 하고 빙판길에 꽈당 넘어질 때도 있거든요. 또 외고생이 바쁜 학업 속에 제대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죠. 하지만 영어를 돈 안 주고 외국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실전 영어회화 실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시간 안배를 하면서 봉사를 하고 있어요.

영어선생님 되면 역사 함께 가르쳐볼 생각

저는 ‘도전’과 ‘끈기’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는 좌절하기보단 나의 어떤 점이 부족했을까를 생각해 보고 이를 보완한 다음 다시 도전하는 성격이거든요. 재도전해서 성공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뿌듯함은 처음에 성공했을 때보다 훨씬 크잖아요. 제 장래 꿈은 영어선생님이 되는 건데 지금의 통역봉사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그냥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영어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재미있게 가르칠 생각까지 하고 있답니다.

고양외국어고등학교는...

‘목적이 이끄는 리더’, ‘생각하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전 교사진이 돕고 있다. 명문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되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들을 삶의 행동으로 일치되도록 돕는데 역점을 두고 교실 수업을 비롯한 모든 교육과정에서 실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방과 후 수업, 1인 1체 1예, R&E,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탁월한 리더십과 올바른 인성을 갖춘 새 시대의 지도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경기교육신문 김윤진 기자 kyj@edu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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