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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명승고찰, 수덕사를 가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로 조용하던 산사에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람들 숫자만큼이나 오색연등도 화려함을 뿜어내고 있다.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오늘은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유서 깊은 명승고찰, 수덕사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삼국유사에 백제의 사찰이 12개나 등장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은 수덕사가 유일하다. 서기 600년 백제 무왕 1년에 대웅전을 창건하고 담징이 벽화를 그렸다는 사실만 전해오고 있지만, 수덕사는 말 그대로 덕을 닦는 사찰이며 덕을 숭상하는 산에 있다. 수덕사에서 닦는 덕이 무엇인지는 대웅전 마당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알 수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보는 것처럼 무한히 뻗은 산줄기가 한 눈에 펼쳐지는데 실로 기막힌 전경이다. 신라 부석사에서 이를 ‘극락’이라고 표현했다면 수덕사에는 이를 ‘덕’이라 표현했다.

수덕사의 백미는 대웅전이다. 수덕사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대웅전은 국보49호로 고려 충렬왕 3년인 1308년에 세워진 것이다. 안동 봉정사의 극락전과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에 이어 오래된 건축물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건물이다. 임진왜란 때에도 피해를 입지 않고 살아남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단정하게 정제된 장대석 축대 위에 자리한 대웅전은 마치 뒷 산이 병풍처럼 대웅전을 둘러싼 듯한 모습이다.

대웅전에서 유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출입문이다. 이 출입문은 밖에서 안으로 밀어야 문이 열리는데 이는 들어오는 수행자가 스스로 밀어야 열리는 것으로 부처님은 길잡이 역할만 할 뿐, 성불은 수행자 자신의 몫이며 스스로 완성시켜야 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즉 수행자 스스로 노력해서 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대웅전 바로 앞에는 신라 문무왕 5년에 원효대사가 중수했다고 전해지는 3층 석탑이 있다. 3층 석탑 앞에는 금강보탑이 자리하고 있는데 금강보탑은 전탑대좌가 발견된 자리에 탑을 세워 붙인 이름이다. 금강 보탑 내부에는 1988년 원담 대선사가 스리랑카를 방문했을 때 받아온 부처님 진신사리 3과와 1천개의 불상과 동으로 만든 999개의 탑을 함께 소장하여 천불천탑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웅전 서쪽 백련당 뒤편에는 자그마한 바위가 하나 눈에 띈다. 대개의 명승고찰이 그러하듯 수덕사의 창건설화에 나오는 바위로 창건설화 속 수덕각시가 들어갔다는 관음바위이다. 관음바위에는 지금도 바위틈에 수덕각시의 버선을 닮은 꽃이 피는데 이 꽃을 ‘관음의 버선’이라 부른다. 이곳에서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곳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작은 양초들이 관음보살상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덕사에는 코끼리 석등과 석등 맞은편에 자리한 포대화상도 눈여겨 볼 대상이다. 석등 아랫부분이 코끼리로 되어 있는 것이 보통 석등과는 차이가 있는데,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석가모니의 태몽으로 하얀 코끼리 꿈을 꾸었다. 맞은 편 포대화상은 동자승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뚱뚱한 승려의 모습으로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포대화상은 중국의 승려로 아무데서나 누워 자고, 필요한 것은 모두 자루주머니에 넣고 다녀 사람들은 그를 포대화상이라 불렀다. 포대화상은 사람들의 길흉화복이나 날씨 등을 예언했는데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사람들은 미륵보살의 화현이라 하여 존경하여 받들었다.

수덕사를 내려오는 길에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 전문 미술관인 수덕사 선 미술관을 들려보자. 동양과 서양의 건축양식을 가미해 지었으며 수덕사 대웅전을 닮은 맛배집 형식으로 지붕을 형상화했다. 선 미술관은 미술관 주변으로 야외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하나하나 보물을 찾듯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작품 한 작품 찾을 때마다 작은 탄성을 자아낸다.

수덕사는 계절에 관계없이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아니면 나 홀로, 사찰의 고요함과 함께 수덕사의 덕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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