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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생들, 카페서 시간 보내며 뛰놀고 공부까지 ‘함박웃음’

통학 버스 기다리며 하교시간 안전한 쉼터 역할
요일별 다양한 교육…동아리 활동 ‘진로’ 모색도
주변서 간식 후원… 하루 평균 방문객 150여명

 

 

 

따복공동체 사업 현장을 가다 ②

양평군 지평면 청소년 카페 ‘날개’


양평군 지평면 지평초등학교 사거리 인근, 흰 벽에 날개 그림이 새겨져 포토존이 돋보이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카페 내부에는 각종 도서 및 피아노와 기타 등 악기, 젠가와 체스 등 다양한 놀이도구 등이 마련돼있고 카페 운영 시간은 오후 2시부터 7시 30분까지로 다소 짧은 편이다.

음료 요금은 학생과 성인이 각각 달라 1천 원과 3천 원씩이며, 간식으로는 아이스크림과 떡꼬치, 샌드위치 등이 제공된다.

카페가 오픈하면 왁자지껄 초·중·고등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그 ‘손님’들은 마음껏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뛰놀다가 자연스레 빠져나간다.

청소년들이 방과후 눈과 비를 피해 잠시 쉬고 갈 수 있도록 조성된 이 곳은 청소년 전용 카페 ‘날개’다.

날개 카페가 있는 곳은 양평 내에서도 외곽 지역에 속해 버스 배차간격이 30분에서 1시간 가량에 달한다.

이에 5km 이상 장거리를 통학하는 학생들은 하교시간 버스를 기다리면서 여름엔 더위를, 겨울엔 추위를 참아야했고 그마저 ‘만원 버스’일 땐 근처 편의점이나 분식점을 돌며 어영부영 시간을 때워야만 했다.

이 모습을 본 학부모 정남선 씨와 안선주 씨는 아이들에게 하교시간만이라도 안전한 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난 2014년부터 날개 카페의 운영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정 씨는 대표를, 안 씨는 총무를 맡고 인근 상권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카페를 열기로 힘을 합쳤다.

안선주 총무는 “지평면에는 PC방도, 노래방도 없어 청소년들이 갈만한 곳이 없었다. 편의점도 하나 뿐이라 그곳이 꽉 차면 아이들이 길에 서성이는 게 안타깝고 위험해보였다”면서 “마침 사거리 근처에 2년째 빈 공간이 있어 그곳을 임대해 카페를 열자는 제안을 했더니 많은 호응이 있었다”고 운영 배경을 밝혔다.

학부모들은 자발적으로 냉장고, 책 등을 기증했다. 주변에서도 쌀, 떡 등 음식을 무료로 후원했다. 공부방과 동아리방을 리모델링하는 데 있어서도 마을 목수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그에 따라 카페는 2015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청소년 소통·만남의 공간을 조성하는 데 지역민 모두가 뜻을 모은 셈이다.

날개 카페의 일 평균 방문객은 100~150명 수준이다. 특히 간식이 무료로 제공되는 ‘천사의 날’ 수요일에는 250~300명 정도의 초·중·고등학생이 카페를 찾는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것’ 외에도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진로를 모색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이를테면 월요일에는 영어회화 강의가 열려 학생들이 프리 토킹(free talking) 활동을 하고, 화요일에는 코딩 작업을 통한 소프트웨어 개발 스터디가 열려 학생들이 스스로 게임을 만들며 즐긴다. 또 수요일에는 기타 동아리가, 토요일에는 건축 동아리의 확장판인 ‘건축 학교’가 진행된다.

그밖에도 선배가 후배에게 과외를 해준다거나,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간단한 요리를 함께 만드는 등 친목을 도모하며 복작복작 카페가 꾸려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우수하다고 판단돼 날개 카페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마을교육공동체동아리(2015), 마중물꿈의학교(2016) 지원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경기도에서 따복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공간조성 분야)의 대상자로 꼽혀 지원을 받았다.

안 총무는 “초반에는 카페에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너무 욕심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오래 가기 위해 에너지를 한꺼번에 쓰지 않기로 했다”면서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에 도움을 주고, 관계기관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카페가 학부모들의 자발적 봉사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청소년 운영진’을 확보하자는 포부도 있다.

안 총무는 “운영 초기만 해도 어린 아이들이 ‘형들이 무섭다’며 피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요즘엔 자연스럽게들 잘 지낸다. 청소년들이 교육봉사 등을 통해 하루 1시간씩 카페 운영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서로 소통하며 불편함을 조율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들 안전 위한 자원봉사 공간 학생들 만남·소통 바라보며 뿌듯”

안 선 주 양평군 지평면 청소년 카페 ‘날개’ 총무


“맞벌이 부모들이 일찍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아이들 안전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청소년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최초로 제안했던 안선주(48·여) 총무는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5년 4월, 양평군 지평면에 ‘날개’라는 이름의 청소년 전용 카페가 정식 오픈하게 된 배경이다.

날개 카페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시작됐다.

카페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운영비와 장소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준비 기간만 어언 1~2년이 소요됐지만, 오롯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자원봉사 공간을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이뤄낸 성과다.

버스 배차간격이 긴 탓에 하교시간이 불규칙한 인근 초·중·고교생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 운영 목적이었다.

안 총무는 “아이들이 비가 오는 날엔 비를 맞고 가고, 눈이 오는 날엔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면서 “엄마들이 손쉽게 운영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기 위해 타지역 답사를 다니고, 학생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열심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메뉴,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대를 고려하면서도 인근 상권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직접 현장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지역민들은 음식를 기증하거나 후원금을 지불하는 등 카페 운영에 손을 보태고 있다.

안 총무는 “모든 게 소중하고 감사하다”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하고 싶어하는지 알아가며 최선을 다해 운영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으로는 ‘방치되는 아이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안선주 총무는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바로 집에 가면 좋겠지만 사회시스템 상 그렇지 못한 것 아니겠는가. 집에 일찍 가더라도 부모님이 안 계시다면 그것도 일종의 방치”라며 “카페에서 종종 그에 대한 상담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요즘 이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이다. 국가에서 사회복지차원의 해결책이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연우기자 27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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