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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무반주 첼로

 

 

 

무반주 첼로

                          /조용미

밖을 내다보는데

왜 자꾸 안이 들여다보이는가

한없이 내려가는 정신의 두레박,

너무 깊어 끝이 닿지 않는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겨울산에 서 있는 나무들의 흰 뼈를

다 추스려야 한다.

 

 

문득 내가 비쳐 보일 때가 있다. 밖에서 일어난 어떠한 일이나 풍경, 혹은 누군가의 모습이나 행동에서 일전의 내 모습을 발견하며 자꾸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될 때가 있다. 그것은 때로 내 정신의 두레박을 한없이 내리게 하는 것이며 너무 깊어 끝이 닿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하는 그것은 발목을 끌어당겨 묶어놓은 내면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현의 울림이자 어쩌면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 안타까움이다. 막상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한 채의 허상 속을 붙들고 있는 것 같은 그 시간, 내 눈앞에서는 내가 추구했던 욕망처럼 껴입었던 옷들을 벗은 겨울 산의 나무들만이 저 멀리서 흰 뼈를 펼쳐 보이고, 밖을 보아도 밖이 보이지 않던, 그러한 침잠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날들을 좀 더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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