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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자율주행센터가 선도하는 ‘사람을 위한 기술’

임경일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연구실장
“한국 자율주행에 선구적 역할 남겨”
“인지·판단·제어 삼위일체 이뤄내야”
“신기술과의 상생, 점진적 희망 있어”

 

연구실 한 켠에서 시작된 한 청년의 자율주행 연구는 이제 판교제로시티로 뻗어나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사람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임경일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연구실장에게 한국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물었다.

 

아래는 임 연구실장과의 일문일답.

 

Q. 경기도자율주행센터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 어떤 발자취를 남겨왔는지 알고 싶다.

 

센터는 2019년 5월 개소했다. 그 이전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의 김재환 박사를 필두로 지금의 판교제로시티가 계획됐다. 국내에 다양한 스마트 시티가 여러 곳 있으나, 제로시티는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이란 목적을 갖고 실증 및 연구를 지금까지 잇고 있다. 그 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경기도자율주행센터다.

 

센터는 2017년 말부터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진행해왔다. 2018년 초반부터는 국내 최초로 일반인 탑승 부분에 있어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에 대해 시연 수준이 아닌 직접 탑승으로 실증을 하는 것은 센터가 유일하다. 또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이란 더 큰 목적 아래 관련 산업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현재 8개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해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Q. 코로나19에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은 활발해 보인다. 한국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 보는지 궁금하다.

 

미국 SAE(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의 자율주행 6단계 구분도 있지만, 바라보는 지향점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기존 자동차 산업을 주도한 OEM들은 자동차 산업 발전의 일환에 자율주행이 있다 보니 ‘3단계-점진적 발전’을 바라본다. 반면 자율주행 트렌드를 선도하는 구글 같은 IT기업은 바로 완전자율주행을 이야기하는 4단계 이상을 생각한다. 자동차를 팔아야하는 입장, 자동차가 하나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수단이란 입장으로 나뉜다.

 

국내도 기술력 자체가 크게 차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아무래도 현대 같은 자동차 대기업이 많은 연구진과 예산 투입으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의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구글이나 테슬라처럼 완전 자율주행을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판매자의 입장이란 이유 때문이다. 자동차를 상용화-양산화하려면 불량률이 거의 없어야 한다. 그런 입장에서 기업의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 격차가 크진 않다. 나름의 선점도 있다.

 

 

Q. 자율주행 연구 또는 개발에서 난이도가 높은 난제는 무엇이라 보는지.

 

자율주행은 어떤 하나의 기술이 아니다. 흔히 자율주행 기술은 ‘인지’·‘판단’·‘제어’란 세 카테고리를 갖고 말한다. 어느 것 하나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잘되는 경우가 없다.

 

자율주행은 사람의 운전이란 매커니즘을 모사하는 것이다. 운전을 할 때 사람은 주변을 보고, 이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려 정확한 행동을 취하는 등 굉장히 많은 활동을 한다. 다른 하나라도 빠지면 어느 것 하나가 우수하다해도 이를 커버할 순 없다. 1억6000만원 하는 센서로 인지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판단의 영역에서 부족하면 운전은 삐걱거린다. 세 가지가 균형 잡혀야 안전주행,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주행이 된다.

 

자율주행은 궁극적으로 사람보다 더 운전을 잘해야 한다. 사람의 가장 뛰어난 역할 중 하나가 예측인데, 이것이 잘못됐을 경우 사고가 난다. 자율주행은 이에 대한 타협이 없다. 사람이 하는 것 그 이상으로 해야 한다. 그만큼의 신뢰도를 가져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Q. 자율주행 기술 도입으로 인한 변화는 어떨 것이라 전망하는가.

 

자율주행은 흔히 4차 산업혁명의 상징적인 개념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내 직장을 뺏어가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인식도 나온다. 신기술은 기술적으로 보면 인류의 발전과 혁명이나, 한 개인에게는 당장의 자기 직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자율주행만 하더라도 대중교통이나 배송관련 종사자의 입장에선 일거리를 뺏어가는 기술로 보이기 쉽다.

 

(신기술로) 분명 큰 변화가 올 것이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것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의 연구진이 테스트와 실험을 하고 있으나, 이것이 어느 날 갑자기 완성-상용화돼 나올 순 없다. 수많은 마찰과 시행착오가 있다.

 

다만 예상은 할 수 있다. 지금은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나, 훗날 자율주행 버스를 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그 과도기적 중간단계에서 분명 사람의 역할이 요구되며, 새로운 것들도 발생할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 대 인간’이란 대립 구도로, 막연한 대중적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신기술에는 공생-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직장을 뺏어가는 기술이 아닌,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서 다가갈 수 있다.

 

 

Q. 2020년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운영 성과는 어떠한지, 2021년 운영 계획은 어떠한지 알고 싶다.

 

센터는 자율주행 실증단지로서 선구자적 성격을 갖고 출발한 것이 분명 있다.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이란 슬로건을 갖고 나온 지 벌써 2년이 다돼간다. 저희의 기술력을 국내 다른 기관과 비교할 때 최고가 아닐 순 있으나,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방향이 지금의 방향에 크게 뒤쳐진다고 느끼진 않는다. 많은 분들이 선구자로서의 어려움과 고생을 함께 하셨다.

 

기대한 것만큼의 긍정적인 수준까진 도달하지 못했으나, 작지만 큰 성과도 만들었다. 현재 판교 지역에 국한돼있지만 많은 일반인 탑승을 진행해 자율주행이 인간과 먼 기술이 아니란 인식을 만들었다. 지속적으로 스타트업 기업들과 교류해 다양한 실증 사업을 이어나가려 한다.

 

현재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다. 이 때문에 선행 기술인 자율주행에 대해 ‘당장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란 이유로 관련 투자가 지속될 것인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는 관점에서 저희의 소임을 다할 때, 오히려 이 비대면의 극복 방안으로 활용처가 찾아지기도 했다. 어떤 흐름이 하나 발생하면 이는 자연적으로 흘러간다. 제가 석사시절 자율주행은 이벤트성 시연, 보여주는 성격이 강했다. 반면 지금은 테슬라만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반자율주행을 체험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점진적으로 흘러가는 등 희망이 있는 상황이다.

 

Q. 2021년 신년을 맞은 한국의 자율주행 개발은 앞으로 어떠할 것이라 보는지 궁금하다.

 

한국만의 가장 큰 강점은 인프라와 시민의식, 대중교통이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스탠드 얼론(Stand Alone, 자립형)’ 방식은 보여주기식으로는 좋으나, 이것이 상용화될 것인가 하는 경제적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반면 한국은 IT 강국으로서의 기반이 튼실해 ‘인프라 협력주행’ 부분에서 강점이 크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수백 대를 한꺼번에 운영하는 규모까진 아니나, 소수 운영 시 협력해서 대안을 찾는 것은 우리의 강점이 될 것이라 본다. 쫓아가는 방식으로만 가는 것이 아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갖고 나아간다면 격차를 줄이고 반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를 고가 상품으로 소수의 지불 가능한 소비자에게만 공급하는 개념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누구나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으로 본다면 그 역할은 뛰어날 것이라 본다. 수요-공급 측면에서도 그 활용처를 실생활과 가까운 곳에 적용시키는 것이 한국의 강점이라 본다.

 

제도나 기술 등 변화가 있을 때 한국은 적응력이 빠르다. 신기술에 대한 저항감도 적으며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력, 습득력, 친화력도 빠르다. 그래서 자율주행도 막연한 신기술이 아닌, 사용처를 제대로 접목시키면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으로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자율주행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의 하나라 이름 붙일 수 있겠으나, 결국 사람을 위한 기술이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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