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 (목)

  • 흐림동두천 6.1℃
  • 흐림강릉 9.2℃
  • 구름많음서울 7.4℃
  • 대전 7.1℃
  • 대구 9.7℃
  • 흐림울산 9.5℃
  • 구름조금광주 10.9℃
  • 구름많음부산 12.6℃
  • 구름조금고창 ℃
  • 맑음제주 15.6℃
  • 맑음강화 8.4℃
  • 흐림보은 7.4℃
  • 흐림금산 7.0℃
  • 맑음강진군 11.8℃
  • 흐림경주시 9.4℃
  • 구름조금거제 12.2℃
기상청 제공

[고향갑의 難讀日記 (난독일기)] 인(人)

 

 

수상한 이메일이 날아왔다. 수신인은 ‘소혹성 B612에 사는 어린왕자’였고, 발신인은 ‘지구별을 여행하는 늙은 왕’이었다. 어떻게 이 수상한 메일이 ‘소혹성 B612에 사는 어린왕자’에게 가지 않고, 내 메일함으로 날아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스팸메일로 신고를 하였지만, 어느 곳에서도 사건접수를 해주지 않아 신문을 통해 수상한 이메일의 원문을 공개한다.

 

- 지구별 여행 108일째.(흐림, 미세먼지 때문이라는데 그게 뭔지 모름)

 

어린왕자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려줬다는 인간(비행기 조종사)은 오늘도 찾지 못했다. 네가 그려준 얼굴 그림이 있지만, 마스크란 것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살아서 인간의 얼굴은 구별하기가 힘들구나. 도움이 될까 싶어 텔레비전이라는 것을 보다가 지구별에 사는 무서운 동물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름을 대자면, 호랑이, 사자, 곰, 악어, 뱀, 상어 같은 것들이다. 그 동물들이 사는 곳에서 해마다 몇 명의 인간이 목숨을 잃는지 숫자를 알려주며, 그 지역을 여행할 때는 각별히 주의하라는 말도 하더구나.

 

어린왕자야. 혹시 너에게 그림을 그려준 인간도 동물들에게 잡아먹히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돼서 서둘러 찾아 나섰단다. 못된 동물들을 벌주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인간들은 그곳을 ‘동물원’이라고 부르더구나. 그곳에 갇힌 동물들은, 인간을 죽이고 놀라게 한 죄를 받기 위해 좁은 우리 속에 갇혀서 살고 있는데, 그 누구도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더구나. 오히려 목청껏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들보다 수천 배 무서운 동물이 있다고 떠드는 게 아니겠니. 그래서 이 늙은 왕이 직접 물었지. 도대체 그 무서운 동물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어린왕자야. 그랬더니 지구별 곳곳에 살고 있는 무시무시한 동물들에 대해 알려주더구나. 이름을 대자면, 황인종, 흑인종, 백인종, 아시아인, 유럽인, 아프리카인, 아메리카인 등이었다. 그리고는 그들이 사는 곳에서 해마다 몇 마리의 동물들이 잡아먹히는지 숫자를 말해주더구나. 아, 그런데 그 숫자가 믿기지 않아서. 놀라지 마라, 어린왕자야. 한해에 그들에게 잡아먹히는 동물이 530억 마리에 이른다는구나. 1초에 1680마리 꼴로, 한 시간이면 600만 마리, 하루에는 1억4500만 마리씩 잡아먹힌다구나 글쎄.

 

어린왕자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구별은 아름답고 평화롭지만은 않은 것 같구나.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가 그 무시무시한 동물의 생김새를 발가락으로 땅에 그려서 보여줬는데, 인간들의 모습과 비슷해서 걱정이 되는구나. 설마 그 무시무시한 동물의 정체가 인간은 아니겠지? 그 끔찍한 동물들은 자신의 종족도 이유 없이 죽인다고 하던데. 전혀 배가 고프지도 않는데도 말이지. 아, 동물원을 나서려는데 등 뒤에서 사자가 그러더구나. 미얀마라는 곳에서는 지금도 제 종족을 수없이 죽이고 있다면서, 그곳으로는 여행을 가지 마라더구나.

 

어린왕자야. 그런데 요즘은 왜 답장이 없니. 어제는 내 전화를 해킹했으니 정보가 털리기 싫으면 비트코인을 자기 계좌에 입금하라는 메일이 왔던데. 그게 뭔 소린지 너는 아니? 그런 시답잖은 편지가 왜 내 메일로 들어왔을까. 답답하니 빨리 답장을 다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