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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무게(重量)

 

전 세계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를 꼽자면, 반드시 이 밴드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다.

 

바로 비틀스(The Beatles)이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존 레넌(John Lennon),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그리고 링고 스타(Ringo Starr)로 구성된 비틀스는 시대의 절대적인 아이콘이었고,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도 전 세계가 열광했을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1962년 영국 리버풀에서의 밴드 결성부터 1970년 공식 해체까지, 8년이라는 명성과 비교해 매우 짧은 활동 기간이었음에도, 그들은 음악적 그리고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두며, 여전히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비틀스의 사진전이 '비틀스 바이 로버트 휘태커 : 셔터 속 빛나는 청춘의 기록(The Beatles by Robert Whitaker)'이라는 타이틀로 열렸다. 원래 작년 겨울 열릴 예정이었으나 방역상의 문제로 연기되었기에 못내 아쉬웠는데, 이렇게 늦게나마 전시를 볼 수 있어 들뜬 마음으로 전시장으로 향했다.

 

사진전 타이틀에 이름을 올린 로버트 휘태커라는 사람이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 같다. 혹시 종합 격투기의 팬이라면 현재 UFC 미들급에서 활약하고 있는 호주 출신의 격투기 선수 로버트 휘태커(Robert Whittaker)를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 아니며, 여기에서 로버트 휘태커는 영국의 사진작가이다. 그가 1964년부터 1966년까지 2년 동안 비틀스의 전속 사진작가로 있으며 그들의 모습을 담았고, 이번 전시가 그의 눈으로 바라본 비틀스의 모습으로 꾸며졌기에 위와 같은 타이틀이 붙은 것이다.

 

묵직한 니콘 카메라를 들고 있는 로버트 휘태커의 사진이 걸려있는 입구를 지나자 이내 또 다른 이름이 등장했다. 바로 브라이언 엡스타인(Brian Epstein)이다. 그는 비틀스의 매니저로 비틀스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되는데, 초반 섹션에 그를 언급하며 전시를 풀어가는 방식이 꽤 흥미로웠다. 로버트 휘태커가 브라이언 엡스타인의 인터뷰 사진을 촬영하며 비틀스와의 연이 생기게 된 스토리 역시 재미있었다.

 

전시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섹션마다 테마를 가지고 비틀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태껏 흔하게 보지 못했던 사진들이 제법 많이 있었고, 화보와 같은 정돈된 그리고 구성된 모습의 사진 이외의 자연스러운 캔디드 사진들이 더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으로 사진으로만 보면 전반적인 구성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투어 당시의 사진들은 세계적인 슈퍼스타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20대의 청춘들을 담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또한 전시장 중간중간 전시된 그들의 2차 출판물들 역시 당시의 인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생각한다.

 

전시장을 걷는 동안 비틀스의 노래가 전시장에 계속 울려 퍼졌다. 수많은 히트곡을 가진 밴드이기에 전시를 감상하는 내내 귀가 지루하지 않았다. 그들의 음악과 사진이 만났을 때, 나의 기억 회로에서 오는 짜릿한 감정의 떨림 역시 좋았다. 하지만 전시장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흐르던 노래와 사진 속의 모습에 반응했던 나는, 그것이 점점 개인적인 팬심에서의 반(半)자발적 작용으로 느껴졌다. 다시 말하면 전시장이 주는 무언가가 없었다. 이유인즉슨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산만하고 감상 동선도 쓸데없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사진 전시와는 조금 달랐다. 물론 다르다는 것이 새롭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조금 더 심플하고 정돈되었다면, 사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특히나 포토존으로 만들어진 곳들의 구성은 조악했다. 굳이 비틀스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여느 행사장의 흔한 그것이었기에 안타까웠다. 특히나 마지막 섹션에 어쿠스틱 드럼이 한 대 비치되어 있는데, 불과 몇 분 전 사진으로 봤던 링고 스타의 루딕(Ludwig) 드럼이 아닌 억지로 구색 맞추기 위해 가져다 놓은 엉성한 싸구려 드럼인 것을 보고 크게 한숨이 나왔다. 그의 오리지널 드럼 세트를 바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세트의 구성이나 브랜드 정도는 매우 쉽게 재현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섬세함이 너무 아쉬웠다.

 

지금은 2021년이다.


'Let It Be'가 나온 지 51년이 지난 지금, 단지 비틀스의 이름으로만 큰 흥행을 바라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다음에 이런 전시가 기획된다면, 밴드의 무게감에 걸맞은 그리고 타이틀에 충실한 전시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재료가 아무리 훌륭해도, 요리가 서툴면 좋은 음식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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