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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33. 태현(台峴)과 한성현(漢城峴)


예전에 분당에서 오포면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여러 갈래가 있었는데, 지금 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태재고개로 부른다. 지도에는 태현(台峴)으로 표기돼 있다. 태재고개는 가실고개라고도 하는데 만기요람에 ‘추현(楸峴)’, 남한지와 동국여지지에는 ‘추령(楸嶺)’, 승정원일기에는 ‘추령(秋嶺)’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율동에서 오포면 신촌리로 넘어가는 고개를 ‘새마을 고개’라고 하는데 새말(新村)로 넘어가는 고개라는 뜻이다. 일본이 1800년대 말에 자기네 일본 땅보다 먼저 한국 땅을 도둑측량을 해서 1914년에 만든 지도에는 한성현(漢城峴)으로 표기하였다. 주민들은 한양고개라고 부른다. 분당동 산11번지에서 시작하여 오포면 신현리로 연결된다.
 


새말고개 입구에는 남방민족의 숭배조인 초명(鷦䳟)새가 날아와 살다가 이 고장이 아름답고 살기 좋아서 그만 돌아갈 시기를 놓치고 바위가 되었다고 하는 명막암(䳟邈岩)이 있다. 중국 한나라 때 사마 상여(司馬相如)가 촉나라의 부로(父老)들에게 힐난하기를 "초명은 이미 넓은 하늘에 날고 있는데, 잡으려는 사람은 오히려 늪을 보고 있다."라고 말했는데, 초명새는 물에 감응하는 신조(神鳥)이니 율동 호수와 함께 이 마을이 명소가 될 것을 예고한 셈이다.
 
태재고개에는 고려 충신 김자수(金自粹, ? ~1313) 선생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선생의 자는 순중(純仲)이며, 호는 상촌(桑村)이고, 본관은 경주이다. 벼슬이 고려 도관찰사(都觀察使)였다. 안동에 그가 살던 옛 집터가 있고 그의 효자비가 있다.

 

 

 
이성계와 공이 친했기 때문에 조선 건국 후 태조는 제일 먼저 등용하려고 헌장(憲長)으로써 불렀으나, 공은 아무 말 없이 누워만 있었다. 태종이 또 형조 판서로 부르자, 공은 자기 집 사당에 영결(永訣)하고 아들에게 장례용품을 가지고 뒤따르게 하고 바로 그날로 길을 떠났다.

 

광주 추령(秋嶺)에 이르러 아들에게 "이 땅은 바로 내가 죽을 곳이다. 비록 여자라 하더라도 오히려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아니하거늘, 하물며 신하가 되어 두 성(姓)의 임금을 섬길 수가 있겠는가. 내 뜻은 이미 결정되었다. 너는 반드시 추령 근방에 나를 매장하되, 절대로 비석을 세우지 말고 초목과 함께 썩게 하라." 하였다. 절명사(絶命詞)를 지었는데, "신하가 되어서 나라가 망하면 함께 망하는 것이 의(義)일 뿐이다. 내가 평생토록 충성하고 효도하는 뜻을 오늘날 그 누가 알리오"하고, 드디어 약을 마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려의 벼슬을 할 때 간관(諫官)이 되어 직언으로 임금을 거슬러서 장배(杖配)를 받고 멀리 귀양을 가기도 하였고, 거리낌 없이 극언을 하여 늠름하기가 서릿발 같고 뜨거운 햇볕 같았으니, 당시 정몽주, 이색 등의 현인들이 서로 더불어 도의(道義)의 교제를 맺어 김자수를 존중하며 추어올린 것이 높은 산을 우러러보듯 할 뿐만이 아니었다. 김자수의 당당한 큰 절개는 만세토록 강상 윤리를 지탱하고 후학들에게 의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자수는 제사 지내는 규정에 기재된 바를 제외하고 일체의 음사(淫祀)는 금지하고 모든 무당들의 궁중 출입을 금지할 것과 자연재해가 많은 이유가 부처를 지나치게 숭배하기 때문이니 민가 30~40여 호를 부수고 진행하던 연복사탑(演福寺塔) 수리를 중단할 것을 임금에게 건의했다. 태종실록에는 강릉대도호부 판사를 지내다 세상을 뜬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두문동서원지’ 등에 두문동 72현 명단에 올라 있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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