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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손석희가 직접 말하는 저널리즘…‘장면들’

 

◆ 장면들 / 손석희 / 창비 / 392쪽 / 1만8500원

 

“언론의 역할은 국가를 향해서는 합리적인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시민사회에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10년 이상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손꼽혀 온 손석희가, JTBC ‘뉴스룸’ 앵커석에서 내려온 지 1년 10개월 만에 저널리즘 에세이로 찾아왔다.

 

책에는 손석희만이 남길 수 있는 기록이 담겨 있다. 200일 넘게 세월호참사 현장을 지키며 유족들과 함께한 이야기, 세상을 뒤집어놓았던 ‘태블릿PC’ 보도 과정, 대통령 선거, 미투운동, 남·북·미 대화의 현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던 사건들을 풀어 낸다.

 

JTBC로 적을 옮긴 과정에 대한 뒷이야기, 명사들과의 인터뷰, 함께 보도를 만들어간 사람들과의 소통 과정, 방송 중 있었던 돌발 상황 등 저자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함께 실어 독자의 흥미를 일으킨다.

 

책은 1부 ‘어젠다 키핑을 생각하다’와 2부 ‘저널리즘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로 구성해, 저자가 생각하는 저널리즘 철학을 보여준다.

 

1부에서는 전통적 언론의 기능으로 언급돼 온 의제설정 기능(어젠다 세팅)에서 더 나아가 의제를 꾸준히 지켜냄으로써 시민사회에 기여한다는 개념인 ‘어젠다 키핑’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 시작은 세월호참사 보도였다. ‘뉴스룸’은 실종자 가족을 제외하고 점차 모두가 떠난 팽목항과 목포신항 현장에서 1년 가까이 버티며 보도를 이어갔다. 이를 통해 희생자 가족들의 신뢰를 얻었고, 우리 사회가 세월호참사를 잊지 않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뉴스룸’의 보도를 눈여겨보던 시민의 협력을 불러 일으켰고 국정농단 사태의 태블릿PC 보도로 이어져, 어젠다 키핑의 가치를 증명했다.

 

2부에서는 저자의 저널리즘 철학을 더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공영방송, 레거시 미디어와 디지털, ‘단독’ 경쟁, ‘기레기’, 언론과 정치 등 핵심적인 주제에 대한 고민을 개인적인 체험에 녹였다. 저자는 ‘뉴스룸’의 새로운 코너들을 통해 그 고민들을 뉴스 책임자로서 돌파하고, 이상적인 방송 저널리즘을 실천하려고 했다.

 

한국 최초의 뉴스 앵커 에디토리얼 코너 ‘앵커브리핑’, 가짜뉴스 시대에 사실 보도를 겨냥한 ‘팩트체크’, 뉴스의 뒷이야기까지 뉴스로 만든 ‘비하인드 뉴스’, 대중문화를 포함한 각계 문화인사를 인터뷰한 ‘문화초대석’, 시대를 대변하는 노래를 통해 뉴스의 의미를 확장한 ‘엔딩곡’까지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저널리즘을 보였다.

 

언론도, 어쩌면 독자나 시청자도 ‘각자의 진실’을 말하는 시대이다. 이때에 공정한 진실을 추구하는 정론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손석희라는 언론인이 갖는 힘일 것이다. 종종 멀리 돌아가고 가끔은 멈추거나 뒷걸음질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타당한 선택을 해나가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단단하고 분명한 특유의 어투로 그가 마지막까지 지켜낼 목소리다.

 

[ 경기신문 = 정경아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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