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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 부는 재개봉 열풍…추억과 새로움의 만남

 

‘타짜’, ‘아멜리에’, ‘해리포터’, ‘파이란’, ‘고양이를 부탁해’ 등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영화들이 재개봉하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달 1일에는 ‘타짜’가, 지난달에는 ‘파이란’과 ‘반지의 제왕’이, 10월에는 ‘해리포터-마법사의 돌’과 ‘고양이를 부탁해’가 각각 재개봉했다. 

 

타짜는 개봉 15주년을, 나머지 영화들은 개봉 20주년을 기념한 재개봉이었다.  

 

각 작품의 면면을 보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명작들이다. 아무 영화나 재개봉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개봉 영화는 영화를 관람한 기존 관객에게는 ‘향수’를 추억하게 하고, 영화를 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케이블에서나 보던 작품을 대형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당시 시대상을 만나는 ‘새로움’을 제공한다. 

 

◇ 추억으로 여행하다

 

 

오래전 영화가 재개봉되면 배우는 추억에 잠긴다. 

 

‘파이란’(감독 송해성) 리마스터링 버전을 본 배우 최민식은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본 기분”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꺼내 볼 수 있는 문고판 소설 같은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파이란’이 그런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최민식은 파이란을 통해 그해 청룡영화상과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개봉 당시 청춘 영화의 바이블이자 주목받는 여성영화로 꼽혔던 ‘고양이를 부탁해’(감독 정재은)는 배우 배두나, 이요원 등의 20대 풋풋한 시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당시 청춘 스타정도로 평가받던 두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실력파 배우로 거듭났다. 배두나는 제9회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이요원은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과 함께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지금은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배우가 된 배두나는 “아직도 ‘태희’처럼 살고 있는 것 같은데 20년이 지났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여전히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재개봉의 감동은 영화에 참여한 당사자들만의 몫은 아니다. 20년 전 어린 시절 극장을 찾아갔던 관객들도 마찬가지의 감동을 느낀다. 

 

2001년 겨울 개봉해 신비로운 마법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선보였던 ‘해리포터-마법사의 돌’ 관람평에는 ‘진짜 이 영화를 처음 봤던 순간을 잊지 못해요. 영화관에서 개봉할 때마다 예매하고 보는데 너무 설레고 봐도 봐도 너무 재밌습니다(thgu****)’, ‘볼 때 마다 설레고 나를 희망 속으로 데려가주는 느낌? 진짜 해리포터는 나의 어린 시절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sose****)’ 등의 당시를 회상하는 관객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 새로움을 입다

 

재개봉한 영화들은 현재의 기술을 새로 입고 관객들을 찾는다. 

 

지금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모두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됐다. 리마스터링은 ‘마스터’(원본)의 화질과 음질을 개선해 더 나은 품질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뜻한다.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감독은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영화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건 아니지만, 미래의 관객들과 또다시 소통할 수 있는 창문 하나를 열어놓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기대감을 GV를 통해 밝혔다.

 

 

영화를 보지 못했던 관객 입장에서는 커뮤니티에서 밈(meme)으로 유행하는 콘텐츠의 원작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분되는 일이다.

 

대표적 작품이 ‘타짜’(감독 최동훈)다. “묻고 더블로 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등 커뮤니티에서 유행어가 된 이 대사는 영화 속 곽철용(김응수 분)의 원작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타짜’의 리마스터링 버전 개봉을 앞두고 특별 영상에서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은 후일담도 공개했다. 

 

“평경장의 유명한 주문 ‘아수라발발타’는 백윤식 선생이 현장에서 갑자기 혼자 만들어 내뱉은 대사다”, “고니의 누나가 운영하는 중국요리집 장면은 원래 없었다가 현장에서 급하게 대사를 썼다”, “고광렬의 속사포같은 대사를 1분 안에 해달라고 유해진 배우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등등의 이야기는 영화를 처음 또는 다시 만날 관객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 추억과 새로움의 만남, 시장을 만들다

 

 

재개봉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영화도 있다.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다시 찾아온 영화 ‘아멜리에’(감독 장 피에르 주네)가 그러하다.

 

영화는 몽마르트르의 풍차 카페 직원으로 일하며 평범한 일상 보내고 있던 아멜리에게 찾아온 운명적인 사건을 그린 어른들의 동화다. 

 

유수 영화제 133개 부문 노미네이트, 59개 부문 수상이라는 기록과 뉴욕 타임스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엠파이어 선정 세계 100대 명작,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 롤링 스톤 선정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등 화려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개봉 당시에는 18세 관람가 등급이었으나, 이번 재개봉은 15세 관람가가 됐다. 작품 속 노출 등의 장면을 삭제나 수정하지 않고 나온 이례적 결과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노출이 성적 맥락에서의 노출이 아니고, 성행위도 노골적이지 않으며, 표현이 코믹하고 간접적이다”고 이유를 밝혔는데, 작품 속 노출에 대한 이해가 과거보다 폭넓어졌다는 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보인다.

 

재개봉이든 리메이크든 과거의 작품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은 그동안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문화적 산물의 방증이기도 하다. 일명 뉴트로(new-tro)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표현이다. 앞서 언급했 듯 아무 영화나 재개봉의 기회를 갖는 게 아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여러 산업에 불고 있는 ‘레트로·뉴트로 시장’이 영화계에도 영향을 주고, 점차 확대되면서 재개봉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나타나 자리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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