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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기도 교통약자 이동 현실…포천~화성 ‘8시간 34분’ 소요

지자체마다 신청 방법 달라…대기 시간도 천차만별
경기권 편도 이용에 하루 꼬박…길거리 허비 대부분
지역별 차별은 해결과제…포천은 모바일 예약도 안돼

 

‘교통약자 이동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국 지자체별로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중구난방 운영방식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지난 1월 ‘광역이동지원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데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신문은 장애인 이동에 대한 현행 방식의 문제, 법적 미흡점, 대안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동행취재] 8시간 넘는 이동 시간 중 길거리에서만 6시간 이상

<계속>

 

 

“포천에서 화성까지 가는데 4번 환승해서 8시간 반 정도 걸렸네요. 차를 타고 이동한 시간은 2시간 남짓인데 나머지 시간은 길에서 허비한 셈이네요. 이것이 교통약자들의 현실입니다.”

 

포천시 신읍동에 위치한 포천나눔의집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이용실태를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이영봉 소장, 권순화 활동가, 경기신문 기자 등이 모였다.

 

이 소장은 이날 포천센터에서 의정부역‧도봉산역‧정자역을 거쳐 화성시청까지 이동할 예정으로, 지자체별 장애인콜택시(장콜)가 이동한 가능한 노선을 미리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사전 준비도 마쳤다. 지자체마다 신청 방법이 다른 탓에 장콜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지자체의 누리집 회원가입 등 등록 절차도 완료했다.

 

오전 10시, 이 소장 등은 의정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포천시 교통약자이동센터에 전화를 걸어 장콜 배차 신청을 문의했다.

 

그러나 오전 11시40분까지 전부 배차가 이루어져 오후 12시20분에야 배차가 가능하다는 상담원의 답변이 돌아왔다. 명칭은 ‘즉시콜’이지만 차량을 타는 데는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셈이다.

 

이 소장은 “시간대가 맞아야 장콜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다”면서 “경기권에서는 빠르면 30~40분이 걸리고, 1시간~1시간 반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오후 12시20분 도착한 차량에 탑승한 이 소장 등은 의정부역을 향해 출발했고, 45분 뒤 차량은 첫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 소장 등은 곧바로 의정부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30분 뒤 배차가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오후 1시42분 의정부역을 출발한 차량은 16분 만에 서울 도봉산역에 도착했고, 40분을 기다려 성남 정자역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운전기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는 한가한 시간인데 2시쯤 부르신 것은 잘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일상회복이 완화되면서 오후 3시부터는 기본 대기가 1시간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동 과정에서 화성으로 가는 배차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성남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어 배차를 요청했다.

 

그런데 “관외로 이동하려면 2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 지금 대기자가 80명 정도 있어 배차를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후 3시25분 정자역에 도착한 이 소장 등은 2시간을 기다려 화성으로 가는 차량에 탑승했고, 오후 5시12분 화성시청에 도착하며 이날 체험은 마무리됐다.

 

 

이날 이 소장 등이 포천에서 화성까지 이동하데 소요된 시간은 8시간 34분이 걸렸다. 이 중 실제 이동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나머지는 차량 배차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데 소요됐다.

 

전체 이동 시간 중 6시간 30분을 길거리에서 허비한 셈이다. 차량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교통약자들의 불편은 더욱 높았다. 길거리에서 무작정 기다리거나 근처 카페에서 몇 시간씩 죽치고 앉아 있어야 했다.

 

이 소장은 “요즘은 점심시간에 비행기 타고 일본 가서 라면을 먹고 오는 시대인데 교통약자들에게는 나아진 것이 없다”면서 “같은 경기권을 편도로 이용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장콜 배차를 신청하면 우리는 몇 시간이 걸려도 편히 못 먹고 제대로 활동하기도 어렵다”며 “장애인들은 언제 차량이 올지 몰라 위치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데 이는 차량을 놓치면 집에 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 세월호 추모제 행사에 참여한 한 장애인은 280번 전화를 걸어 집에 간적이 있다”며 “포천시의 경우 아직 관련 앱이 없어 모바일 예약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소장은 “지자체마다 재정자립도, 안정성 등이 달라 교통약자 이동권에도 지역 간 차별이 발생한다”며 “서울과 경기도만 비교해 봐도 나오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산이 적정하게 투입된다면 장애인들이 편안히 이동할 방법도 강구될 것”이라며 “지자체가 관심을 갖는다면 장애인 이동권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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