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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문화와 정치] 정치인에 대한 실망, 문화적 피로 증후군

 

철학자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은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마라’는 책에서 ‘문화적 피로(Cultural Fatigue) 증후군’을 이야기한다. 선거 때마다 어느 정당에 표를 줘야 할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이런 피로가 선거 때마다 계속 누적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은 자신이 겪고 있는 문화적 피로 증후군을 사회학자들은 ‘정치에 대한 실망’이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더 정확하게 말해 ‘정치인에 대한 실망’이라고 표현한다.


정치가들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행복하고 삶의 질이 높다는 것이다. 2023년 유엔 산하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가 발행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스스로 매긴 행복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951점으로 57위이다.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4위 이스라엘, 5위 네덜란드, 15위 미국, 47위 일본, 58위 그리스, 64위 중국, 최하위 137위는 아프가니스탄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나를 대신하여 일해 줄 정치인을 뽑는 선거를 한다. 그러나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은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문화적 피로 증후군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내가 사는 지역에 규모가 큰 유치원 2개가 폐업하고 요양원으로 바뀌었다. 어떤 지역은 어렸을 적 다녔던 초등학교가 노인병원으로 바뀌었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탈출을 위한 학술대회’에 800여 명의 의사들이 모여 다른 과로 탈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런 추세라면 인구절벽은 국가적 재난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OECD 국가 중 자살률,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세대가 불행한 나라이다. 


정치권에서는 2030세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청년정치를 내세우고 있는데, 주위를 돌아보면 2030세대뿐만 아니라 IMF 시대를 건넌 70년대에 태어난 X세대인 4050세대들이 느끼는 정치적 소외감도 상당하다. 정치란 어느 특정 세력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올해 6.10 민주항쟁 36주년을 맞이했다. 대통령 직접선거라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얻어냈지만 우리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민주주의는 완전히 실현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혁신을 말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말하는 정치혁신과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혁신의 내용과 지향점이 다른 것 같다. 기득권 1%를 위한 정치가 아닌 99% 서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혁신의 본질은 정치인들의 권력 유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정치, 이런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을 뽑는 제도로 혁신하는 것이다.


우리가 문화적 피로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 시선으로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은 “민주주의의 모든 권력과 어리석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않는 진짜 권력은 바로 나,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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